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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수를 주문하기 미안한 이유

사무실 베란다 한켠에 있는 생수병들

얼마 전에 2L짜리 생수 6개 들이를 몇 개 주문했었다. 그 이유는 사무실에서 먹을 생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집 외에 별도의 사무 공간이 따로 있다. 따라서 회사일이나 개인 일을 별도의 사무실에서 종종 하곤 한다. 집에서는 도저히 할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아이”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는 집들은 어느정도 이해를 할 것이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재택근무”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사무실에서도 물은 자주 마셔야 하는 생필품이다. 사실 난 생수를 별도로 사먹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생수를 다 마시고 나서 생수병을 처리하는 과정이 귀찮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가정에는 “정수기” 가 비치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집에서는 “생수”를 주문해서 주기적으로 물을 마시기도 하지만 이는 꽤나 비효율적이다. 특히 우리 집은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정수기”는 필수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집에서는 정수기를 통해 물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사무실은 별도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 정수기를 렌탈하거나 구입하는 데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사무실은 나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굳이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다. 대신에 생수 구입 비용은 내가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최근에 생수를 주문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수를 배달하는 사람들은 이 무거운 것을 자주 들겠지?”라고 

생수와 택배노동자

이제 우리 삶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행위는 거의 없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대다수 가정은 “정수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수돗물을 받아다가 “주전자”를 이용하여 옥수수차나 보리차를 넣어 끓인 다음에 흰색 물통에 넣어 냉장고에 보관한 다음 시원해진 다음에 물을 마셨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가정이 주전자를 이용하여 수돗물을 끓여 물을 마셨다 – pixabay

사실 물을 끓여 마시는 것은 꽤나 귀찮은 일이다. 물을 끓이고 식혀서 물통에 넣는 일은 여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가정 주부였던 엄마는 그 일이 얼마나 귀찮은지 몸소 체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때 당시까지 대다수의 가정은 수돗물에 보리차를 끓여서  먹는 일이 익숙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서서히 그런 풍경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받아다가 필터로 불순물을 걸러주는 “정수기”가 등장한 것이다. 정수기는 각 가정마다 급속도로 공급이 되었고 불필요한 “물 끓이기”는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정수기를 사용하면 꽤나 편리하다. 정수기에 컵을 가져다 대고 물을 그대로 마시기만 하면 된다. 주기적으로 필터 교체 정도만 해주면 얼마든지 마음껏 물을 집에서 마실 수 있다. 대신에 각 가정마다 정수기 렌탈료나 구입 비용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수기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더해가고 있었다. 그래서 2020년대에 접어든 현재는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실 경우에는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정수기가 없는 집이나 공간에서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는다. 대신에 물을 “사 먹게”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생수”의 등장이다. 

물을 사먹는 것은 이제 이상한 일이 아니다 – pixabay

생수 또한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생수로 유명한 “브랜드”가 생겨날 정도이다. 제주도에서는 “삼다수”라는 생수 브랜드가 생겨나더니 현재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생수를 사서 마시는 것도 이제는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인터넷 마켓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생수”는 주요 배송 품목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생수를 “택배 노동자” 들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배송을 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간혹 우리 옆집이나 주차장에서 “쿠팡”을 비롯한 여러 택배 회사들의 배송차들의 물건들 중에서 “생수”를 본적이 비일비재했다. 그런데 주문하는 생수는 생각보다 꽤 무겁다.  

2L짜리 생수병 6개 들이가 한 묶음이라면 12L가 된다. 12L는 12 Kg과 동일하기 때문에 12 Kg을 그냥 들더라도 꽤 무겁게 나간다. 그런데 그런 생수 묶음이 2~3개가 되면 30 Kg 이 넘게 될 수도 있다.  

생수를 자주 배달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빠른 시간에 배송을 해야 한다면 그만큼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택배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배송 물품에는 “생수”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와 있다. 

생수를 무려 48병을 주문했다가 감금을 당했다는 어느 사연을 소개한 기사다. 내용을 읽어보면 꽤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이유는 주문한 사람과 택배 노동자의 입장이 각각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생수를 주문한 사람은 생수가 생필품이기 때문에 주문을 했을 것이다. 주문자가 여성이었는데 여성들은 2L X 6 짜리 생수 묶은 한 개도 들고 이동하기가 굉장히 힘이 든다. 남자인 나도 생수 묶음을 들고 멀리 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생수를 배달하는 택배 노동자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남성이고 엘리베이터가 있고 카트를 사용한다고 해도 생수 묶음 여러 개를 배송하는 것은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 택배 노동자는 그 물품만 배송하는 게 아니라 다른 물품도 빠른 시간에 배송을 해야 하니 힘에 겨워했을 것이다.  

그래서 생수 주문을 제한하는 쇼핑몰도 있으나 여전히 생수는 인기 품목이기 때문에 인터넷 마켓에서 섣불리 제한은 하지 않고 있다.

생수 판매를 통해 쇼핑몰들은 돈을 벌고 이익을 창출한다. 그런데 그 생수를 배달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하고 힘겨운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여전히 과로사로 택배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례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주문자들의 편한 생활과 기업들의 수익, 즉 우리들의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대신에 어느 누군가는 희생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분명하다.  

생수병과 환경오염

최근에 환경문제에서 대두되는 화제가 있다. “플라스틱 사용 제한”이다. 

플라스틱은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고 현재까지도 편리함 때문에 여전히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생수병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플라스틱 때문에 환경이 오염되고 자연이 파괴되면서 결국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세계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플라스틱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용 중이고 특히 “생수”를 사서 먹는 사람들은 플라스틱 사용 제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최근에 생수를 주문한 나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미안해지고 있다.  

사람들의 편리함과 희생

생수를 사서 먹는 것은 인간이 물을 좀 더 편리하게 마실 수 있게 도와준다. 하지만 그런 행위로 인해 자연이 파괴되고 택배 노동자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생수를 주문한 나로서는 굉장히 미안해지고 안타까웠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내가 거주하는 사무실에 “정수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면 더 이상 생수를 주문할 필요도 없고 택배 노동자들의 희생이 덜할 것이고 환경 보호에 기여하는 것이다.  

참 어려운 거 같다. 사람의 편리함이 결코 편리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우리 인류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도구는 누군가에게는 희생과 고통을 따르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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