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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녔던 직장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던 이유는?

직장 혹은 회사라는 곳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곳이다. 나름 꽤 많은 시간동안 직장 생활을 해봤지만 아직도 이해 안되는 직장 문화 혹은 프로세스를 겪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14년의 시간동안 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다녔던 직장들은 내가 성장하거나 소중한 경험을 쌓게 해주는 삶의 현장인 동시에 이렇게 하면 절대 이 회사는 성공하지 못하겠구나 라는 것은 뼈져리게 느끼게 해준 곳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다니는 직장은 어느덧 5번째 직장이다. 많이 직장을 옮겼다고 볼 수도 있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거의 사라진 요즘 시대에 어찌보면 당연한 절차를 밟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다녔던 회사들이 하나같이 망하거나 혹은 사세가 기울었기 때문이다. 

지지리도 운이 없었던 걸까? 나름 다니던 직장에서 꽤 노력하고 기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나의 생각과 다르게 내가 다니던 회사들은 그 결과가 결코 좋지 못했다. 혹시 내가 그런곳만 골라서 간걸까? 

안타깝게도 현재 다니는 곳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 못하다. 이제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였는지 모르겠지만, 과~차장급인 나로써는 이 회사의 앞길이 어느정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즉 한마디로 개판 2분전인 상황이다. 

그래도 회사는 굴러간다고 했던가? 월급은 아직까지도 잘나오고 겉보이기에는 유망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회사도 그리 오래 갈꺼 같지는 않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왜 내가 다니던 직장들은 그리 큰 차이가 없을까?”, “잘 나가는 회사들은 뭔가 다른걸까?”

난 대기업을 다닌적이 없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 Pixabay

여태까지 14년동안 직장생활을 했지만 아직까지는 소위 “대기업”을 다닌적은 한번도 없다. 아마도 스펙이나 내 능력의 한계일 것이다. 

물론 노력을 해봤으나 취업시즌 당시에 엄청난 경쟁률과 나랑 맞지 않는 직무는 대기업을 생각할 수 없게 만들기도 했다. 계속 시험에 떨어져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나를 불러주는 곳으로 일단 무조껀 들어가보자~~라는 생각이었다. 

첫 회사는 인원 20여명이 전부인 중소 벤처기업이다. 내가 어떤점이 괜찮아서 손수 면접을 요청했는지 모르겠지만 14여년전 당시에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면접을 보고 합격해서 직장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신입 시절의 연봉은 뭐 월급 150만원밖에 되질 않았다. 

당시에는 월급보다는 내가 할수 있는 일에 중점을 뒀었다. 물론 그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곧 깨달았지만 말이다. ( 연봉은 생각보다 중요했다. )

월급이 적은 대신에 내가 할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았고 기회도 많이 주어졌다. 중소 벤처의 특징이라고 했던가? 신입사원이 한가지 일만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할수 있다. 말이 좋아서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는 것이지 나쁘게 말해서 조금씩 맛보다 보니 정체성이 떨어진다. 

어쨌거나 당시에는 내게 그런 경험을 쌓게 해준 덕분에 진로를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그 문제는 “월급이 밀리는 것”이다…

당시 회사는 대기업의 OEM을 받아서 반제품을 납품하는 구조였는데, 점점 매출이 줄어드는게 문제였다. 매출이 줄어드는 문제가 경제가 어려워서였을까? 결코 아니다. 주요 문제는 제품의 질이 떨어졌기 떄문이다.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게 되면 검수를 받고 공급하게 되는데, 이들 제품이 실제 고객들에게 판매가 된 후에 문제가 많이 생겼던 것이다. 컴퓨터 같은 제품중에 하나인데, 고객들이 사용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A/S 요청이 꽤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따라서 A/S 요청을 받으면 납품했던 대기업으로 부터 대응을 요청받는다. 하지만 인력 부족과 대응 프로세스가 엉망이기 때문에 겨우겨우 A/S 대응이 된다. 말로 때우거나 혹은 새 제품으로 바꿔주거나….

이런 구조가 반복되다보니 제품의 신뢰가 떨어지고 결국 매출의 감소가 이어지게 되었다. 고객들에게 소문이 안좋게 퍼진 것이다. “모 제품은 영 내구성이 떨어지네…”, “모 제품은 A/S가 개판이네…” 등의 내용들이 시장에 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원인인 “제품 불량”을 빨리 처리하고 개선해야 하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는 제품을 더 팔기에만 급급했다. 그리고 매출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월급과 처우를 더욱더 안좋게 대우를 해주는 것이다. 

결국 악순환이 더욱더 반복된다. 불만은 가지고 퇴사하는 직원이 생겨나고 제품의 매출은 계속 줄어든다. 이러다보니 단돈 150만원 월급이 한달~~두달 씩 밀리기 시작한다. 결국에는… 다른 회사로 인수 합병이 되어서 나까지 팔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제품이 문제가 생겼을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고 빠른 대응을 해주면 되는거 아닌가? 하지만 임원들이나 간부직원들의 대응은 소극적이었고 말단인 나로썬 할수 있는게 없다. 

그렇게 첫번째 나의 직장은 이해안되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좋지 않은 결과로 마무리 되고 말았다. 자본주의 논리라면 당연시 되어야 할 부분들이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신입시절부터 깨닿는 듯 했다.

회사들은 의외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비전이 명확한 회사가 과연 있을까? – Pixabay

그렇게 팔려가다시피 옮기게 된 두번째 회사. 여기도 작은 회사다. 40여명이 채 되지 않은 회사인데, 그나마 매출액이 전 회사보다 훨씬 커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경연진과 임원진들의 스펙도 상당했다. S대 출신도 있었고, 회사 대표의 경우에는 대기업 영업사원 출신이다. 작은 회사지만 뭔가 합리적이고 잘 굴러갈꺼란 기대감에 차 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오래 가지 못했다. 분야를 잘 모르다보니 경영진과의 생각이 차이가 있는듯 했다. 당연하다시피 한 프로세스가 여기서도 작동하지 않는 듯 했다. 전 회사와 마찬가지로 제품의 품질 문제는 계속 발생했지만 이걸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흘러가는 방향은 그닥 나아지지 않았다. 제품의 문제가 계속 발생했고 그때그때 마다 땜방식 처방 뿐이었다. 계속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볼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여기에 더 최악인 것은 내 연봉은 2년째 동결이었던 것이다. 월급 150만원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았던 것…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연봉 상한선을 정해놓고 이 정도 주지 않으면 퇴사를 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결국 연봉을 400만원 올려주는 선에서 타협하게 되었다. 기껏해야 월급이 15~20만원 오르는 정도이다. 물론 이정도 월급이 오르는 것도 나로선 감지덕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내 형편이 많이 나아지거나 한건 아니다. 자취방 월세가 부담이 약간 줄어든 정도라고 해야 할까?

직장 생활 4년차에 들어서니 느끼게 된 점이 있다. 중소기업의 한계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문제인가 아니면 회사가 문제인가? 아직도 나는 거기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떨칠수가 없어서 과감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좀더 큰 규모의 회사는 어떨까? 경험해 보니…

좀더 규모가 큰 회사는 다르겠지? – Pixabay

회사를 그만둔 뒤로 푹 쉬었다. 그리고 평상시에 못잤던 잠도 주구장창 자면서 데이트도 마음껏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몰래몰래 확인했던 주식 창도 마음대로 확인하고 거래도 해봤다. 

이렇게 2~3개월이 지나니 재정상의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받았던 퇴직금이 바닥이 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혼자라고 하지만 자취방의 월세며 공과금, 생활비가 나가다 보니 가용할 수 있는 돈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어쩔수 없이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이전에 겪었던 회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단 무조건 규모가 큰 회사 위주로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었던가…? 이미 퇴사하고 3개월이 지난 실업자에게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들은 쉽게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면접 기회가 꽤 있었지만 마음에 든 회사들은 탈락하고 조건이 별로 좋지 않은 회사들은 합격했지만 그 전 회사와 큰 차이가 없어 보였다. 

슬슬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점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있었고 나의 생각이 혼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일단 무조건 들어가고 보자는 식으로 아무곳이나 지원했다. 

결과는? 막상 들어갔다가 내 생각과 다른 회사인 곳을 2군데나 들어갔다가 이내 퇴사하고 나왔다. 이제는 정신적으로 힘겨워지게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판단력도 흐려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어떻게 어떻게 해서 아는 사람을 통해 중견 제약사의 자회사로 운좋게 입사하였다. 이내 한숨을 돌려서 본격적으로 제 2의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또 다른 직장생활을 경험하게 되었다. 일단 그동안에 내가 해왔던 일이랑 바향이 많이 달랐다. 담당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스트레스 였던거 같다. 

더군다나 좀더 규모가 큰 중견기업의 자회사라서 어느정도 체계가 잡혀 있을꺼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업무 프로세스도 정해진게 없고 중구난방 식이었으며 그때그때마다 땜빵식이었고 사내 문화도 영 별로인 회사였다. 

특히 회사 대표와 직원들끼리의 업무 회의와 대화는 어디 학교 학급반장 놀이를 연상케 했다. 비교적 나이대가 젊은 회사 대표의 한마디에 과도한 액션을 취해주면 좋아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간 왕따(?) 비슷하게 취급해버리는 사내문화… 누구에게 비유를 잘 맞추지 못하는 내 성격은 이내 대표의 눈밖에 나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때부터 “사내 정치”를 경험했던가? 결국 입사한지 2년만에 “구조 조정”을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명분은 권고사직이었지만 그 권고사직 대상자들은 하나같이 대표의 눈밖에 난 사람들 위주이다. 불행히도 그 명단에는 내가 포함되었지만… 

실업급여와 위로금을 약간 받는 조건으로 권고사직을 당했지만 열심히 일한 나로써는 매우 화가나는 일이다.  아직 갈곳이 정해지지 않은 나로써는 다시 직장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파란만장한 5년…

아직도 잘 성장하고 합리적인 직장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스펙이나 실력상 대기업에는 가지 못하지만 나름 중견기업 자회사에 입사해서 답을 해결해 줄거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그 전 회사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제 어느정도 경력과 연차도 쌓였으니 이제는 좀더 괜찮은 회사에 가고 말리라는 다짐을 하고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면접 경험도 많았고 나름 노하우를 가지고 있던터라 어느정도 규모있고 내가 하고 싶은 분야에 맞는 회사를 찾아서 지원을 하였다. 

예상대로 6년의 경력자를 중견기업에서는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직원 500여명의 중견기업에 합격하여 입사를 하였고 여기는 뭔가 다르겠지~ 라는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대략 4~5개월 만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들 중에는 인원 수, 매출액, 프로세스 면에서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고 체계가 나름 있는듯 했지만 사업을 추진하는 경영진들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전혀 예상치 못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하다시피 한 부분을 외면하거나 진짜 불필요한고 쓸때없는 부분을 중요시 하는 의사 결정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나는 기술직이므로 어떤 부분을 검토할때 가격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이 최적인 부품이나 제품을 선택하지만 실제 결제를 하는 경영진들은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잘나갔던 회사의 매출은 내가 입사하고 나서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매출이 있었지만 다른 사업쪽 일을 하고 있던 부서는 이상한(?) 의사결정으로 인해서 매출이 계속 줄어들었다. 

심지어는 어느 임원의 실수로 인해 대형 계약을 날려먹는 상황도 발생했다. 하지만 그 책임을 그 임원에게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사고를 치고도 회사 내에서는 그의 입지는 계속 탄탄해 지기 시작했다. 

입사할때만 해도 같은 팀 직원들은 열심히 해서 보상을 잘 받아보자라는 마인드로 열심히 일했으나 돌아오는 것은 욕과 인사 평가 점수를 낮게 주는 폐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내 회사를 이탈하는 직원들은 속출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왜 이런 이해안되는 결정을 윗 사람들이 하는걸까? 우리나라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자유 시장 경제체제이므로 당연히 회사도 성과 위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게 맞을꺼 같다. 그러나 그 반대로 매출을 어떻게 하면 깎아먹을까~ 라고 임원들이 고민하는거 같다. 참 아이러니 했다. 

그럼에도 커리어를 위해 계속 버티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을 했고 3년, 4년이 지나니 이내 익숙해졌다. 

가정이 생기니 이제 회사를 옮기는 것도 쉽지 않고 변화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기 시작했다. 같은 친한 팀 직원들끼리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항상 고민했지만 뚜렸하게 결론은 나지 않았다. 다들 “일단 버티자” 라는 마인드인듯 했다. 

하지만 그 회사에서의 직장 생활은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물론 제일 규모가 큰 회사에서 제일 오래 다니긴 했다. 무려 5년을 한직장에서 생활을 했으니깐… 하지만 5년이 될 무렵에 나에게 큰 압박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퇴사의 압박이었다. 이 회사는 공식적으로 “권고사직”을 하지 않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아마도 법적으로나 회사 이미지상 “권고사직”을 처리하는게 경영방침에 좋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 했다. 따라서 웬만해서는 “실업급여”를 주지 않으려고 매우(?) 노력하는 편이다. 

따라서 퇴사를 시키기 위해 나가게끔 만든다. 대략 눈치는 챘겠지만 일을 시키지 않는다던지, 책상을 다른곳으로 빼버리는 것이다. 일단 먼저 간접적으로 퇴사 압박을 가한 후에 눈치 못챘다 싶으면 위에서 언급한 방법을 통해 퇴사 당하게 만든다. 

내가 딱히 잘못한것도 없다. 또는 일을 잘 못했거나 회사 매출에 악영향을 끼친것도 없다. 회사에 도움이 되었으면 되었지 손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할 자신이 있다. 아마도 내게 압박을 가한 이유는 “정치적”이지 않을까 싶다. 

누구에게 비유를 잘 맞춰주지 못하는 성격. 그래서 팀장이나 임원들의 눈밖에 약간 나있는듯 하다. 인사 평가 점수가 별로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한다. 이내 눈치를 채고 열심히 다른 회사를 알아보기로 했다. 

흠.. 나름 한 회사에서 5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잘 다닌듯 했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고 이내 결혼도 했다. 괜찮은 사람들을 만났고 인맥이라는 소중한 자산도 쌓은듯 했다. 

그러나.. 내가 기대했던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 비전, 합리적인 의사결정 등은 역시나 여기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물론 지금까지 다녔던 다른 직장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긴 했다. 

스타트업에 도전하다

다시 벤처 혹은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 Pixabay

열심히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던 중에 친했던 전 직장 인맥을 통해 고심끝에 3년이 채 안된 “스타트업” 회사에 이직하기로 했다. 대기업 출신의 젊은 임원진들은 다소 깐깐했다. 면접을 볼때 빠른 일처리와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렵다는 압박을 줬다. 물론 나는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내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요즘에는 “스타트업(Start-Up)”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예전에 한창 2000년대 초반 IT 벤처붐이 일었을시에 “벤처”라는 용어와 비슷한 용어인 셈이다. 

벤처 혹은 스타트업 회사는 소규모 인원에 매출이 매우 빈약해서 투자자들의 투자로 미래가치를 위해 열심히 뛰는 회사다. 따라서 아직 체계도 없고 자산도 없다보니 직원들의 부담이 꽤 과중된다. 나도 이런 이유로 “스타트업”을 굳이 가고 싶지 않았지만 친한 인맥의 추천으로 인해 이직을 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을 다닌지 10년이 흘렀고 지금까지 나름 파란만장한 일을 겪다보니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는 꽤 중요하다. 직장을 다니게 되면 알다시피 사람 상대하는게 가장 어렵다. 학교나 지인들이 아닌 회사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기 때문에 별의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잘 모르는 사람끼리 일을 하다보면 수많은 트러블과 갈등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고 연차가 늘어나면 “인맥”을 통해 이직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중 하나다. 이직을 하게 되면 적응하기 어려운거 중에 하나가 인간관계인데, 새로 이직 하는 직장에서 아는 사람이 단 1명이라도 있으면 그만큼 적응이 빠르고 심적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아직 괜찮은 직장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번 만큼은 기대를 하고 그 “스타트업” 회사에 가보기로 한것이다. 아직 매출원도 없고 체계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결과물을 만들면 그만큼 보상이 있을거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이유는 나름 객관적인 이유에 있다. 바로 “투자금”이다. 회사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들의 화려한 스펙과 인맥은 투자를 받기에 충분한듯 싶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출신들인 경영진들은 나름 유망한 아이템을 가지고 투자 설명회에서 꽤 흥행에 성공한 듯 하다. 아직 매출이 없지만 계획대로 프로젝트에 결과물을 잘 만들면 그만큼 보상을 해줄꺼라고 약속을 했다. 실제로 매출과는 다르게 성과금을 충분히 지급했다고 했다. 

실제로 입사를 하고 나서 빠른 성과를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요구사항이 수시로 들어오고 매일같이 야근을 할정도로 일의 양이 많았지만 차질없는 진행을 위해 나름 노력을 했다고 자부한다. 다행히도 중간중간에 성과가 보였고 점점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기대는 점점 깨져가고 있었다. 연봉도 어느정도 올랐고 성과금도 지급받았지만 경영진과 우리팀 사이에 엇박자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여기저기 진행은 되는데, 자세한 업무의 내용을 모른 상태에서 일정 압박이 너무 심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업무 체계는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업무 지시가 갑자기 구두 전달이 되질 않나, 하루 전날에 갑자기 지시가 떨어지지 않나… 일정이 들쑥날쑥 이고 우왕자왕 하기 일쑤였다. 

일정은 급박한데 요구사항 적용은 하루 전, 이틀 전에 전달이 되서 하루만에, 이틀만에 일을 끝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IT 일 특성상 일정을 충분히 두지 않으면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직원들의 의견은 무시한채 갑자기 진행하거나 충분히 언급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루 전날이나 이틀 전에 지시가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점점 인내심의 한계가 오기 시작한다. 엉망인 프로세스에 대하여 몇차례 항의와 면담도 해봤지만 전혀 나아지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의제기를 한 사람만 피곤한 격이다. 

그래서 이제 더이상은 “열심히” 일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리 열심히 내가 혹은 우리팀이 한들 회사라는 조직이 바뀌지 않는 한은 어차피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결국 나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직장이란 무엇인가? – Pixabay

십수년의 직장생활동안 몇군데 회사를 경험해 봤다. “대기업”이 아니긴 하지만 스타트업 부터 중소, 중견기업까지… 자본주의 경제체제이고 시장 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에서 먹고 살기 위해 “회사”라는 조직에서 몸담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경쟁을 하면서 이윤을 더 많이 얻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요즘같은 현대사회에서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성과를 중요시 한다. 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회사에서 짤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다녔던 회사들은 내가 “열심히” 일을 하고 싶지 않게 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들 그 성과를 인정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 열심히 하고 잘 할지라도 옆에 있는 동료와 받는 대우는 비슷했다. 

더군다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연시할 “합리성”은 아직까지도 제대로 추구하는 회사가 없다. 합리적인 체계와 원활한 프로세스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당연할걸로 알았지만 막상 겪어보니 “절대 그렇지 않다.” 라는 것을 몸소 느꼈다.

그 문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 이다. 지금 몸을 담고 있는 회사도 체계와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나름 유능한 경영진과 미래 가치를 따졌을때 뭔가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많은 돈을 투자받은 회사치고는 꽤 실망스러웠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가 이런 곳만 골라서 다니는걸까?”,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은 다른걸까?”….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 출신의 현 회사 임원들을 봤을때는 결코 아닌듯 하다. 오히려 그들이 내가 겪었던 직장들의 악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부분도 꽤 많은듯 했다. 비 합리적, 무 체계, 그리고 김정적으로 대응하는 부분까지..

늘 한국사회의 화두 혹은 이슈중에 하나는 “일자리 문제” 이다. IMF 이후로 늘 안좋았던 경제(경제가 좋았던 적은 들어본적이 없는듯 하다.)와 실업자 증가는 매년마다 단골 손님으로 듣던 소식이다. 따라서 “일자리 문제”는 늘 심각했고 특히 20~30대의 취업률은 계속 안좋아진다는 통계를 들은듯 하다. 

소위 말하는 좋은 일자리인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일자리는 한정되어 있지만 그 경쟁률은 해년마다 엄청나게 치열해진다. 좋은 일자리의 기준이 과연 뭘까? 연봉이 많은 회사? 복지가 좋은 회사?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회사? 워라벨이 좋은 회사? 

위의 조건을 다 충족하는 회사는 솔직히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존재할 수도 있다. 아주 드물게…) 대한민국에서 경쟁률이 치열하고 좋은 일자리는 아마도 연봉을 많이 주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 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렇다. 좋은 일자리는 돈을 많이 주거나 정년까지 짤리지 않는 일자리이지 내가 만족하는 일자리는 결코 아닌것이다. 지금이라도 “대기업”에 자리가 있거나 “공무원” 자리가 있으면 가겠냐고 물어본다면? 나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니오!”

취업이 어렵다는 대한민국의 현 상황에서 이해 안되는 행동들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종종 취업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사람들의 사는 얘기들을 보곤 하는데 여기서 몇몇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기업을 다니다가 때려친”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펙도 좋다. 해외 유학 경험도 있다. 그 대기업을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을 했다. 하지만 6개월~1년만에 과감히 때려친 것이다. 

과연 왜 그럴까?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기업”을 왜 금방 때려친것일까? 그들은 과연 요즘같은 시대에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자부한다. 

원래 대한민국은 아무나 대학을 가지 못하는 시절이 있었지만 엄청난 교육열과 대학교의 증가로 인해 사실 “대졸자”가 인구 대비 비율이 꽤 높다. 대졸자의 비율이 높다는 것은 아무리 공부를 안했어도 기본은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수많은 대학생들은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관과 목표는 그 기대치가 다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대졸자” 들이 생산직이나 단순 서비스직을 취업 목표로 잡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을 엄청나게 빨리 이뤘던 대한민국에서는 일자리나 기업문화의 발전속도가 경제규모에 비해 결코 따라잡지 못한 듯 하다. 산업화 시절에서나 통용됐던 수직적인 조직문화, 빨리빨리 문화, 기초 기술이나 과학보다는 응용하는데 급급했던 예전 방식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자유로움과 개성을 중시하는 현 20~30대들은 이런 조직 문화가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대학 교육을 받는 이들은 더더욱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에 대한 생각이 이전 세대들과는꽤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젊은 직장인들은 과거 산업화 세대들의 직장문화에 대해 반감이나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대기업이든 공기업이든 공무원이든 인기가 있는 일자리라도 이들 조직에는 아직도 엄연히 “꼰대”들이 상주하기 있기 때문에 비 합리적이고 이상한(?) 조직문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 “문화” 혹은 “전통” 이라는게 쉽게 바뀌는게 아니지 않는가? 선대들이 답습해온 안좋은 문화들도 이상하게시리 후대에 계속 전승이 된다. 대학 입학때 신입생들의 신고식 문화도 아직도 문제가 발생하는거 보면 그런듯 하다. 

사람마다 직장에 대한 판단 기준은 다 다르다.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을 너무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은 더이상 “대기업”, “공무원” 자리를 준다고 해도 그 일자리를 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사실 일자리가 “불안한” 편에 속한다. 언제 회사에서 짤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회사에서 “열심히” 할 생각은 없다. 이런 얘기를 하면 회사에서 돈을 받으려면 그런 마인드를 가지면 안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일을 안하는 건 아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것만 할것이다. 내가 나서서 제안하고 체계를 만들고 조직을 바꿀려고 할 생각은 이제 없다. 그래봤자 “나만 피곤할 뿐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서 열심히 성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창업” 밖에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창업을 한들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냥 현 상태를 유지하는게 당분간은 최선일 수 있다. 

당신이 현재 다니는 직장에 불만이 많은가? 그리고 이직을 준비하는가? 연봉을 몇천만원 올려주거나 워라벨이 확실한 조건 아니면 버텨라. 결국 직장은 다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직장을 왜 다니는가? “자아를 찾기 위해?”,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려고?”, “연봉을 많이 올려 받기 위해?”

그냥 돈 벌려고 다니는게 “직장”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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