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아이가 집에서 뛰었으면 좋겠다

집에서 아이가 뛰는게 정상이지만 불편할때

내 아이는 현재 한창 크고 있는 중이다. 딸아이인데 어느 순간 부터 집에서 뛰기 시작한다. 아이를 성장 과정을 지켜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가 4살 정도면 남녀 구분없이 본격적으로 걷는게 아닌 “뛰어” 다닌다.

후다다다닥~~

우리 딸아이가 4살 때부터 집안에서 돌아다니는 소리이다. 이 모습을 본 와이프는 이렇게 외친다.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다녀~~~

하지만 아이는 당연히~ 말을 듣지 않고 계속 뛰어다닌다. 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오히려 요 나이때 뛰지 않는 아이가 이상할 정도다. 우리 딸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집안에서 뛰어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약간 불길하다. 그리고 조금씩 마음 한켠으로 불편해진다. 아이의 행동이나 뛰어다니는게 불편하다는게 아니다. 내가 사는 집의 특징 때문이다.

층간소음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났던 시기

내가 사는 집은 한국인이라면 가장 인기있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의 형태인 “아파트” 이다.

나 또한 아파트에 산다. 지은지 5년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신축 아파트이다. 신축 건물이면 당연히 괜찮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아파트의 치명적인 단점은 존재한다. 바로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것.

아직은 어린 꼬맹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 태어나기 4년여전에 와이프가 한창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던 시절이었다. 윗집 세대와 층간소음으로 인해 격렬한(?) 갈등과 다툼이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두 차례에 걸친 “층간소음” 충돌은 사실 층간소음이 아니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상황이다. 임신과 출산 직후의 와이프는 층간소음에 극도로 예민했고 내가 들어도 마치 윗집에서 일부러 망치를 찍고 다니는 듯한 발걸음 소리는 꽤나 강렬하게 귓속을 파고들었다.(심지어는 성인의 발걸음 소리다)

몇차례 항의도 하고 직접 인터폰으로 통화를 하면서 갈등은 심해졌고 윗집에서 “러닝 머신” 소리가 밤~새벽 사이에 들리는 것을 계기로 폭발하고 말았다. 격렬한 말싸움과 고성이 오간 끝에 윗집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비교적 좋게 마무리가 되었다.

2차 대전을 계기로 윗집에서도 발걸음 소리가 줄어든게 느껴졌고 우린 “노력” 해주는 것에 대해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며 더이상 항의하거나 전화를 걸지도 않았다. 또한 더 상대하는 것 조차 피로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후로 특히 윗집 남자의 발망치 소리는 여전했다. 그럼에도 그 소리는 다툼이 있기 전보다는 훨씬 조용해졌기 때문에 난 그 남자의 변화에 나름 감사했다. 사람은 갑자기 습관을 바꿀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례 뿐 아니라 전국 대다수의 아파트들은 “층간소음”에 비교적 취약하다. 반면에 생활의 편리함, 주차 및 보안의 장점, 기타 주거의 장점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이 아파트에 살려고 하고 선호를 한다.

아파트는 대한민국같이 좁은 국토 면적에 조밀한 인구 분포를 가지고 있는 나라에는 꽤나 장점이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층간소음” 만큼은 여전히 취약하고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갈등이 생긴다.

아이가 커가면서 묘한 상황이 발생했다

아이가 5살이 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집안에서 뛰기 시작한다. 평상시에도 집에서 이동을 할 때 걸어다닌다기 보단 “뛰어다닌다” 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뛴다. 그 전에는 뛰더라도 빈도가 적었다면 이제는 항상 뛰어다닌다고 보는게 맞다.

조그맣던 아이가 커갈수록 키도 커지고 몸무게도 늘어난다.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신체적인 수치가 늘어날수록 뛸때의 소리도 점점 커지게 된다. 다다다다~ 하는 발걸음 소리가 이제는 조금씩 크게 들린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층간소음의 피해를 받았지만 우리 밑에 집에 “층간소음을 유발”하지는 않았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오기 직전에는 우리 부부에겐 아이가 없었고 워낙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 에 대한 갈등이 많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집안에서는 되도록 조심히 걸어다녔었다.

발걸음에 특히 조심했던 이유는 “윗집과의 층간소음 갈등”이 그 원인이다. 우리가 피해를 봤기 때문에 적어도 우리는 밑에 집에 층간소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여전히 우리 부부는 조심을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점점 집에서 “뛰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앞전에도 언급했듯이 5살이 되고 나서는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다.

그러다 한번은 아이의 해선 안되는 행동을 목격했다.

“점프~점프”~~~

아이는 이렇게 외치면서 거실 바닥에서 점프를 하면서 뛴다. 점프를 하고 나서 착지 하는 순간 생각보다 큰 소리인 “쿵~” 하는 소리와 아이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내 머릿속을 교차한다.

사실 요 나이때 하는개 지극한 당연한 행동이다. 뛰는 것도 당연하고 점프를 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의 착지할때 나는 소리는 꽤나 컸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다다다다~ 하고 뛸때 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리고 밑에 집에서도 층간 소음에 대해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가 점프하면서 뛰고 나서는 작년 겨울에 드디어 우리집 인터폰으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경비실이었다. 경비원 아저씨였고 우리에게 할말이 있는거 같았다.

혹시 집에 아이를 키우시나요? 소리가 시끄럽다고 밑에 집에서 조용히 해달라고 합니다~ 요즘따라 좀 시끄럽다고 하네요.

드디어 우리에게도 층간소음에 대한 항의가 들어왔다. 낯설지만 5살짜리 아이의 “점프 후 착지 소리”는 우리가 들어도 꽤 컸기 때문이다. 주의하겠다고 하고 인터폰을 끊은뒤 와이프와 상의해서 일단 거실 바닥에 매트와 스펀지 쿠션을 깔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밑에 집에서 직접적으로 항의를 하거나 우리집에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1차 경고 정도인 셈인데, 내 나름대로는 꽤나 긴장한 상태였다.

부리나케 그주의 휴일에 인근 마트에 가서 매트와 스펀지 쿠션등을 구입했다. 특히 아이가 많이 돌아다니는 공간에다가 바닥에 깔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후 어떻게 상황이 흘러갈지 약간 걱정이 앞섰다.

생각보다 이해를 해준 밑에 집 그리고 묘한 공통점

이후에 와이프도 나름 신경이 쓰이나 보다. 그러다가 인터폰이 걸려온 후 1~2주 후에 와이프는 우연히 밑에 집의 사람과 마주쳤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젊은 임신부 여성이었다. 그리고 또한 밑에 집의 여성도 와이프와 딸아이가 같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밑에 집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서 2층 버튼을 누르는 것을 보고 혹시 몇호 아니냐고 물어보자 맞다고 했다고 한다.

와이프는 2층에 내려서 이참에 그녀에게 아이가 커가면서 뛰는 바람에 좀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밑에집 임신부 여성이 이해한다면서 그 전에는 전혀 시끄럽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시끄러워서 한번 항의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와이프는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딸 모습 보더니 뛸만도 하다는 듯이 얘기하더라고…

아직 5살 밖에 안된 꼬맹이를 보면서 밑에 집도 이해를 했던 모양이다. 더군다나 우리 아이가 본격적으로 뛰기 전에는 조용했다는 점도 확인을 했다.

이후에 와이프는 이해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손편지와 함께 “마카롱”이 담긴 박스에 담아서 밑에집 앞에 놓아두고 왔다고 했다. 그 일이 있은 직후 몇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는 층간소음에 있어서 항의는 없었다.

또한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뛸때마다 어쩔 수 없이 한마디씩 한다.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다녀~~

그럼에도 우리 아이는 여전히 우리 부부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뭐 당연하다. 어차피 5살짜리 아이는 아무리 얘기해도 그때 뿐이다.

난 내 아이가 뛰었으면 좋겠다

층간소음 피해자에서 이제 “층간소음 유발자” 가 된 지금. 상황이 꽤나 묘해졌다. 그리고 이 상황으로 인해 걱정거리가 하나 생기기도 했다.

사실 “아이들이 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어린 시절에는 뛰면서 노는걸 권장하는게 맞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동네 아이들과 골목길에서 같이 뛰어 다니면서 노는 경우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같이 뛰어놀면서 신체적인 성장과 좋은 경험을 하는거 같다.

물론 내가 어렸을적에도 “아파트” 나 “연립주택”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요즘같이 우리나라의 주택 비중이 아파트가 가장 많은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우리 딸아이 나이때는 1층 단독 주택에서 살았었고 반지하도 살았으며 높아봤자 2층집 주택에서 살았다.

사실 난 “아파트”에서 오래 산 경험이 없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두번째인데 첫번째때의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 1997년에 완공된 아파트였는데 층간소음 갈등도 그다지 많지 않았고 윗집에서 뛰는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는 비교적 신축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층간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심심할때마다 아파트 방송에서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끊이지 않으니 주의를 해달라는 방송”이 자주 들린다.

그런데 이상한점이 있다. 내가 1997년도에 준공됐던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이 심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최신 신축 아파트들은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아파트 건축 기술이 후퇴한걸까?

여기서도 참 말들이 많다. 최근 아파트들은 “벽식 구조” 로 지어진게 대다수인데 건설사 입장에서도 벽식 구조가 공사비도 적게 들어가고 최신 공법이란다. 그런데 이 “벽식 구조” 아파트들이 층간 소음에 취약하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도 분명 벽식 구조일 것이다. 우리 윗집도 살살 걸어다닌다고 해도 발자국 소리나 런닝 머신 소리가 들리는 것은 조금 아파트의 구조도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사실 아파트의 기술이나 구조에 대해 잘 모른다. 단순히 생활이 편리하고 아이를 키우기 좋기 때문에 아파트에 들어온거 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신 아파트라고 해도 “층간소음” 갈등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늘어난거 같다.

정부에서는 층간소음 해결을 위해 대책을 내놓은다고 하지만 얼마나 해결이 될진 모른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웃간에 서로 지켜주거나 이해를 해줘야 하는데 누군가는 “도를 지나치는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도 아이에게 “뛰지 말라~ ” 라는 말을 수시로 하게 된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말을 하는게 맞나 싶다. 아이는 뛰어다니는게 건강에도 좋고 발육에도 도움이 되는데 뛰지 말라고 얘기하는 내 자신도 참 쉽지 않다.

결국 아이가 집에서 뛰게 하려면 아파트 1층으로 이사가거나 위의 사진과 같이 “전원 주택” 으로 이사가는 방법밖에 없다.

주택은 층간 소음 걱정은 없지만 그만큼 관리 측면에서 불편함이 많고 단점도 꽤 존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난 아파트를 떠나 전원주택에서 아이와 함께 뛰어보고 싶긴 하다.

XX 야~ 아빠랑 같이 집에서 점프~점프~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