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 존칭 생략. 이 글은 글쓴이의 주관이 들어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직장생활 10년이 훌쩍 넘었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면 남는것은 그나마 지금까지 일했던 업무 능력 경력 밖에는 없다. 직장인을 되기 전에 꿈꿨던 여유로운 삶과 이상 추구는 이미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지 오래다.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생각보다 내 월급은 많이 오르지 않았다. 이제 결혼한 아내와 겨우 입에 풀칠하는 수준이다.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고 회사에 충실했지만, 이런 부분을 회사 윗대가리들은 잘 알지 못하나 보다.
매년 연봉 협상 시즌이 되면 어떻게든 인상을 안시켜 주려고 눈에 불을 켜는거 같다. “그만 두겠습니다. 때려 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해야 비로소 선심쓰듯이 연봉을 약간 인상해 준다. ( 정말 너무 한다고 생각되었을때 한번 질러 봤다. 그 이후론 홀몸이 아니라서 절대 이런 멘트 안날린다. 정말 짤리기 때문이다. )
직장 생활이 오래될수록 직장 내에서 말수가 적어지고 쓸때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게 아무 생각치 않고 내뱉은 내 말이 회사 내부의 다른 사람에게 돌고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소한 멘트라도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반감을 내뱉은다면 알게 모르게 전달이 되고 윗선에 찍힌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 그래서 만 6년차에 사내 정치적(?)인 이유로 퇴사 권고를 받고 회사에서 쫒겨났다.
그래서 깨달았다. 괜한 얘기를 직장 동료들에게 하는건 아니라는 것을…. 괜히 얘기를 해서 나에게 득될것은 정말 없었다. 직장 내부는 직장인 들이 생존을 위해 알게모르게 내부 정치질이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곳인것을 정말 뒤늦게서야 알게 되었다. 왜 이리 나는 순진했을까? 그 안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고 아껴야 했다.
따라서 직장 동료와는 최소 1년을 같이 지내봐야 그 사람의 내면을 조금이나마 알수 있게 되는거 같다. 그 전에 무심코 동료에게 맘에 없는 소리 해봤자 이상한 놈으로 낙인이 찍힐께 뻔하다. 오히려 바보가 되기 쉽다. 서로 간보는 시간이 충분히 지난 후에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에는 1년도 너무 짧을 수 있다.
정말 알게 모르게 직장 생활은 전쟁터인 듯 하다. TV 드라마에서만 보던 공갈, 갈등, 싸움, 정치질 등이 직장생활을 해보니 현실이었다. 이 점을 몰랐던 학생때의 나의 생각이 정말 사상누각인줄을 누가 알았으리오… 직장에 들어가서 유토피아를 꿈꾸고 성공한 삶을 그리던 나는 현재 그 생각은 여지없이 무너진지 오래다.
취준생들이 꿈꾸는 순진한 착각들…
▶ 직장에서 삶의 목표와 이상을 추구할 수 있다.
Case by Case 지만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절대 추구할 수 없다. 아침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여유롭게 미팅을 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커리어를 쌓는다? 절대 불가다. 현실은 8시까지 출근하여 회의때 쪼이는건 다반사고 일의 폭탄을 견디다 못해 늘 가슴속에 사표를 지니고 다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은 언제 추구하리오…
▶ 업무를 배우면서 경력을 쌓는다.
개소리다. 현실은 대기업 조차도 경력직을 선호한다. 정말 웃긴게 경력직만 찾는다면 그 경력자들은 언제 신입 생활을 했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 또한 경력자 같은 신입을 찾는다. 즉, 현업에서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인재를 찾는다는 뜻이된다. 특히 X소기업이라고 불리우는 중소기업들은 더더욱 그 경향이 심하다. 만능 인재를 찾으면서 월급은 정말 짜게 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신입으로 입사를 어떻게 했다고 해도, 회사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업무에 대한 내용을 자세하게 가르쳐주진 않는다. 결국은 본인이 어떻게 터득하느냐에 문제다.
▶ 직장에서는 일만 잘하면 된다. 능력 위주의 인재를 선호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윗 상사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거나 비유를 잘 맞추지 못하면 본의 아니게 퇴사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능력이 좋으면 물론 짤릴 위험은 낮아지겠지만 인간 관계의 피로도가 정말 높아져서 스테레스로 죽을 지도 모른다.
특히 공공연하게 작은 회사일지라도 정치질은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특히 여초인 직장이 심한편인데, 직장생활을 잘하려면 요령있게, 그리고 여우같은 짓도 해야 한다.
공무원 조직이라고 해서 다를께 없다. 오히려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는 아부와 정치가 없으면 직장 생활이 정말 힘들어질 수도 있다.
▶ 회사에 충성하고 시키는 일을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럼 성공할 수 있다.
현실은 20년간 충성한 공장 노동자들을 느닷없이 잘라버리는 회사가 꽤 많다는 것이다. 임원들이나 회사 오너들은 말은 좋다. 잘되면 보상해 주겠다는 구렁이 혀로 직장인들을 현혹하지만 막상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하면 칼같이 잘라버리는게 사기업들의 본래 모습이다.
또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잘하고 너무 열심히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왜냐하면 열심히 하고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키기 때문이다. 물론 돈은 쪼금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회사는 충성하고 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부려먹을 생각만 하지 더 베풀려는 생각은 결코 하지 않는다.
▶ 직장 동료들과 터놓고 얘기하며 회사에 대한 고민을 술자리 가서 풀기도 한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직장 생활 하다 보면 별의별 인간들 다있다. 오히려 직장 동료와 터놓고 얘기하면 나의 안좋은 부분을 직장 동료가 떠벌리고 다닐지 모른다.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사이코패스 같은 직장 동료를 만날 지도 모른다.
▶ 직장 생활 열심히 하면(연봉 많이 주는 대기업 가서) 돈도 모으고 집도 사고 부자도 될 수 있다.
물론 소위 잘나가는 대기업을 가게 되면 초봉부터 많이 지급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치열한 경쟁 속에 얼마나 오래 다닐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인사 평가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면 언제 뒤로 밀려날지 모른다. 물론 그 인사평가는 공정하다는 보장은 없다. 차라리 돈은 좀 적더라도 공무원/공기업을 오래 다니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
그리고, 직장생활로 부자가 된다? 별(임원)을 달지 못하면 부자 되기는 바늘 구멍 찾기다. 일반 직장인들에게 회사나 조직의 오너는 절대 돈을 후하게 주지 않는다. 그건 현재까지 불변의 진리다.
▶ 처음에 좀 안좋은 회사라도 경력 쌓고 괜찮은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 그리고 연봉도 올릴 수 있다.
착각하지 마라. 대한민국의 어느 회사를 가던, 업무는 다 거기서 거기고 직장 문화 비슷비슷 하다. 단지 연봉 2~300백만원 올릴려고 옮기다가 적응 못하고 다시 퇴사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사람이 싫어서 다른 곳으로 옮겼을때 거기라고 이상한 사람 없다는 보장 있을까? 어딜 가든 나랑 안맞는 사람은 반드시 존재한다.
따라서 직장은 돈버는 곳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지난 10여년동안 5군데를 옮겨 다녀봤다. 연봉은 올랐다. 하지만 부자는 결코 되질 못했다. 부자가 되기는 커녕 이런 직장 생활 계속 해봤자 미래가 잘 안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풀칠할 정도의 돈이 월말마다 들어오지만, 그 돈으로 저축은 하질 못한다. 월급이라는 돈은 카드값과 대출금 상환이라는 돈으로 2/3이 빠져나가 버렸다.
1/3로 저축을 하라고? 그건 불가능하다. 통장에 비상금을 늘 유지해야 한다. 사람의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다니던 직장에서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우리 가정 경제는 IMF같은 상황이 닥칠 것이다. 그것을 대비하더라도 늘 비상금은 통장에 넣어놓아야 한다.
따라서 내집마련은 아직까지 꿈도 못꾼다. 대출금 상환하기도 빠듯하다(전세 대출금). 당장 현재 받는 연봉의 두배를 올려줬으면 좋겠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한 상태다.
직장을 다니면서 가난은 탈출한거 같았지만, 딱 거기까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아둥바둥 사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 생활이 즐거울까? 그 아둥바둥 나를 먹여살려주는 회사를 위해 나름 일 잘 해주고 도움을 주고 있지만 회사 사람들과 즐겁게 일한다는 건 불가능게 가깝다. 서로 직장 생활에 쩌들어 있고, 눈치보기 바쁘다.
그래도 사회생활인지라 웃으면서 지내고 싶지만, 내 마음속에는 결코 미소가 생기지 않는다. 웃더라도 의미없는 웃음 뿐이다. 아무리 직장 동료를 잘해줄 지언정 나에겐 돌아오는 건 결코 없다. 따라서 나는 늘 직장 동료가 거리를 항상 어느정도 유지하는게 내 마음에도 편하다.
즉, 직장 생활은 돈을 벌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했다. 직장 동료들도 비지니스 관계이지 진지한 관계는 아니다. 딱 거기까지 인걸로 결론을 나도 모르게 내려버렸다.
얼마전 “자체발광 오피스”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은호원이 면접장에서 이런 얘기를 한다. 왜 이 회사를 지원했는지 물어보자 먹고 살기 위해서 지원했다~ 라고 대답한다. 그렇다. 직장 생활은 그런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하는거라고 생각하는게 세상 마음 편한걸 이제서야 느끼게 된 것이다.
조선 시대에는 신분제도가 있었는데, 이중에 노비 계급은 평생 주인의 뒷 치닥거리를 하면서 먹고 산다. 여기서 외거노비가 있다. 외거노비는 주인댁에 같이 살지 않는 즉 따로 사는 노비들을 의미하는데 어쨌거나 이들은 노비의 신분을 벗어날 수 없다.
현대에는 계급이 없다. 하지만 주인인 회사 오너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고 입에 풀칠할 만큼의 먹을거리(월급)을 받는 거는 조선시대의 외거노비와 문득 닮아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우리는 직장을 그만둘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이 들었다고 잘리고, 마음에 안든다고 잘린다. 즉 직장인들은 우리는 외거노비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직장 열심히 다녀서 자신의 커리어를 통해 이상을 추구한다? 꿈 깨시라~~ 직장을 통해서 이상을 추구하기엔 불가능 하다. 직장은 돈 받는 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