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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과연 언제 짤릴것인가? 퇴사에 임하는 자세(퇴사의 미학)

회사에서 짤리는 것은 늘 무섭다?

우리나라에서 “짤린다” 라는 말이 점차 통용되기 시작한 기점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IMF” 이후이다. IMF 구제금융 이전과 이후는 우리나라에서 경제사로 볼 때 매우 큰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와닿는 것은 모든걸 다 제쳐두고 봤을 때 “평생직장”이 사라진 걸 들 수 있다. IMF 이전에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었던 회사라면 은퇴 전까지는 한 회사에 계속 다닐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IMF 이후에는 그런 회사는 공무원, 공기업 종사자 같은 이들 말고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있을 수도 있다. 회사에 따라서는…) 

이처럼 “짤린다”는 개념은 이제 직장인이라면 누구가 머릿속에 그려지는 개념이다. 나 또한 현재까지도 “언제 짤리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항상 가지고 있다. 이직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지도 관심사다. 

직장인이 회사에서 짤리는 것은 매우 큰 사건 중에 하나다. 직장인들 중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짤리는 것에 대하여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직장인들은 “짤리지 않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많다.  

회사에서 짤리면 누구나 당장 생활에 피해가 가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계층은 나와 같은 “가장” 들이다. 우리 가족은 맞벌이가 아니어서 내가 회사에서 짤리면 당장 다음 달부터 수입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뭐 다행히도 짤리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략 6~8개월 동안은 평소 수입의 3분의 2 정도는 보장해준다. 

“짤리는 것 = 생계의 피해”는 생각보다 꽤 타격이 큰 상황이다. 그래서 최근의 한국사회는 꽤나 냉정하고 혹독하다. 시대는 점점 빠르게 변하고 직장인들은 그 빠른 변화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의든 타의든 간에 회사에서 떠나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만다. 

퇴사 즉 직장을 그만두는 공포는 일반 기업을 다니는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겪은 온갖 에피소드 때문에 “더러워서 때려치운다…”라는 말을 수없이 되새기지만 별도의 수입원이 없는 당신은 사표를 꺼내놓고도 다시 들여놓게 되어 있다. 

2019.10.09 – [리뷰/직장] – 직장 생활에서의 유토피아는 있을까? 직장은 단지 돈버는 곳일뿐….

어느 회사도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다녀야 되는 곳 “직장”. 그리고 언제 짤릴지 모르는 퇴사의 공포를 극복할 수는 있을까? 

퇴사의 공포를 느끼던 주니어 시절

나의 직장 생활에서 퇴사 권유를 받았던 적은 딱 1번 있다. 지금이야 그러려니 하고 웃고 넘어가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난 정신적 충격과 허탈함이 자리 잡았던 거 같다. 

무한도전 “무한상사”편의 정준하 해고 에피소드 장면

다니는 회사를 소유하고 있던 모 회사에서 인원 감축을 지시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 감축 대상이 나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미리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갑자기 퇴사 권유를 받았다. 3일 뒤부터는 회사를 출근하지 않아도 2개월의 월급과 퇴직금, 실업급여를 받게 해준다고 했다. 

당시 직장생활 6년 차였다. 해고 사유는 “모회사의 지시”라고 했지만 솔직히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그 정도로 회사가 어렵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하여 3명의 해고자가 발생하였는데 이들도 마찬가지로 딱히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람들이 아니었다. 

각자가 대상자에 포함된 원인을 나름 조사해 보니 당시 회사 대표에 약간 눈밖에 난 사람들 위주였다. 나도 종종 대표와 갈등을 빚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 명단에 포함되었던 거 같다. 

2021.08.02 – [리뷰/직장] – 퇴사한다고? 그럼 다른 곳으로 이직하자! 퇴사/이직시 준비사항 총정리

역시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정치질”이나 “아부”가 필요했던 거였을까? 그런 것을 잘하지 못한 나는 매우 혼란스러웠고 직장 생활에 대한 회한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기도 했다. 

그렇게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로 쫓겨나다시피 퇴사한 회사에서 2달간 쉬었다. 물론 월급은 받았지만 2달 동안 내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던 거 같다. 직장에서 짤리는 기분이 이렇다는 것도 깨달았다. 

머리에 망치를 맞은 거 같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실업급여를 준다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것은 내 경력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하고 즉시 이력서를 작성하여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기 시작했다. IT 쪽 일이라서 중간에 쉬었다고 하면 취업이 쉽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다행히도 전 회사보다 훨씬 규모가 큰 “중견기업”에 들어가게 되었다. 사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내 직장생활은 많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회사를 다닐 때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회사를 오래 다니려면 때론 정치질도 필요하고 처세술도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에서 날 짜르지 못할 정도의 주요 업무를 맡고 있으면 된다. 짤리고 나서 이직한 회사에서 업무를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려졌다. 더 진지하고 열심히 임하되 적당히 하면서 윗 상사가 원하는 점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하기로 했다. 

짤린 뒤로 확실히 직장 생활에 대한 적응 능력도 좋아졌다. 그리고 업무 스킬도 많이 늘었다. 짤리고 난 다음에 많은 생각을 한 덕분이다. 즉 해고는 내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 셈이다.(물론 긍정적인 면으로) 

그리고 회사 상활을 판단하여 퇴사할 시기를 대충 알게 되는 스킬도 가지게 되었다. 회사 상황이 이럴 때는 미리 이직 준비를 하여 퇴사하여야 한다는 노하우도 쌓이게 된 셈이다. 그래서 그 뒤로는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이직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 겪었던 최악의 좋소기업 탈출이 그 예이다) 

2022.04.11 – [리뷰/직장] – 최근 내가 겪은 최악의 “좋소기업” 체험기

한때 짤렸던 추억은 당시만 해도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현재는 나를 변화시켜준 어찌 보면 “쓴” 경험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퇴사에 대한 생각 그리고 거기에 임하는 자세

최근에 난 이직을 감행했다. IT 개발자 특성상 이직은 회사 상황에 따라 수시로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런데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난 “신입 사원 A 씨”를 마주하게 되었다. 

A 씨는 열심히 하지만 심적으로 부담은 상당한 듯 했다. 입사 초반에는 마냥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인드였지만 현재는 표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이유를 들어보니 관리자들이 업무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솔직히 신입사원 A 씨는 내가 봤을때 즉시 전력 투입감은 아니다. 프로 축구에서 주전 멤버가 아닌 벤치 멤버인 셈이다. 벤치 멤버라도 상황에 따라서 교체로 출전하는 선수가 있지만 A씨는 실전에 뛰기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신입 사원 A씨는 요즘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 pixabay

따라서 A 씨는 당분간은 교육을 받아야 하는게 맞다. 난 그래서 A씨에게 즉시 일은 시키지 않을테니 부담 가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A씨는 계속 부담을 가지는 듯했다. 

A 씨는 근래 들어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퇴근 후에 집에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공부를 한다고 했다. 또한 주말도 반납하고 공부를 한다고 했다. 어찌 보면 꽤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A 씨를 따로 불러 개인적인 면담을 했다. 직장 생활 초반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고 부담을 가질 수 있는데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는 어떤 점이 가장 부담이 되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회사에서 아직 성과가 없고 교육 중인데 언제 실무에 투입될지 잘 모르겠다. 이러다가 짤리는거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된다.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A 씨는 벌써부터 퇴사에 대한 공포가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직장 경험이 없는 A씨는 모든 게 낯설고 두려울 것이다. 어렵게 취업한 회사에서 성과가 없으면 짤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 거 같아 보였다. 

앞전에 언급했던 6년 차 때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난 직접 회사로부터 해고 권유를 받고 짤렸기 때문에 그 공포를 잘 알고 있다. 그런 두려움이 A 씨의 머릿속에 있고 성과를 빨리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짓누르고 있는 걸로 보인다. 

난 그래서 A 씨에게 한마디를 건냈다. “절대 A씨를 짜르지 않고 법이 함부러 못짜르게 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만약 A씨를 짜른다고 하면 내가 나서서 A씨 대신 날 짤라 달라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이제 난 퇴사에 대한 공포가 많이 사라졌다. 그리고 워낙 이직에 대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짤려도 상관이 없다. 최근에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바라는 점이 있는데 제발 날 “짤라”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실업 급여”를 받기 위해서다. 내가 6년 차 때 짤리고 난 다음에 실업급여를 안 받은 게 무척 후회가 된다. 그 이유는 당시에 실업 급여를 받고 푹 쉬면서 재충전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던 것이다. 최장 6개월의 시간은 자기 계발이나 블로그 운영 같은 다른 일을 해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이후에 회사를 다닐 때는 제발 짤렸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요즘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아이에게 시간도 좀 더 내주고 별도의 투잡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만들고 싶어서다. 

A 씨에게 이런 말을 해주니 A 씨는 그새 마음이 놓이나 보다. 그는 회사에서 안짜를 거라는 내 말을 듣고 그런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아직은 이직이나 직장 경험이 없어서 A씨는 그런 공포가 있는 것이다. 

직장을 십수 년 다닌 나는 이제 회사에 대한 큰 목표나 미련은 거의 없다. 다만 돈을 벌기 위해서 다니는 것뿐이다. 이제 회사는 내게 무엇을 가르쳐주거나 나를 성장시켜 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날에 거쳤던 몇몇 회사는 내가 기술을 전해주고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의 회사를 성장시키는 일을 한 적도 있다.(이 직전 좋소가 좋은 예이다) 

2022.02.28 – [리뷰/직장] – 최근 대기업 면접 본 썰

회사는 어느 개인의 미래를 절대 책임져 주지 않는다. 이걸 깨달은 난 이제 더 이상 회사에 충성하거나 아부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제는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퇴사는 인생의 끝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고 퇴사에 대한 공포를 가질 필요도 없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6개월 이상 일했으면 실업 급여 사유가 되기 때문에 실업 급여를 타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마인드로 회사를 다녀라. 

이제 난 더 이상의 이직은 하고 싶지 않다. 현재 회사에서 자의든 타의든 나가게 된다면 푹 쉬었다가 파트 타임으로 생계를 유지해도 된다. 경력은 나름 쌓였기 때문에 더이상 쌓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마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도전을 하는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짤리는 공포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짤리더라도 누구에게나 더 큰 도약의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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