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직장인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현재 다니고 있다.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대다수는 아마도 “중소기업”에 재직 중일 것이다. 인터넷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대기업을 다닌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사람들의 비율은 전체 직장인 중에 대략 10~15 % 정도 될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약 99.9%, 전체 종사자의 82.2% 가 중소기업 혹은 중소기업에 재직 중이다.
즉 전체 기업중에 0.1 % 는 대기업이고 전체 종사인원의 최대 17%가 대기업 종사자라는 뜻이다.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당연히 꽤 적을 수밖에 없다.
나도 그래서 “중소기업”에 재직중인게 전혀 이상할 일이 아닌 것이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종사자는 그만큼 비율이 적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입사를 했다는 뜻이 된다.
회사에 다니면서 월급 받아먹고 사는 직장인이기 때문에 종종 인터넷 직장인 관련 카페에서 이런저런 내용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같이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집어내는 주제가 있다. “중소기업은 절대 가지 마라”이다.
요즘 젊은 직장인들은 자신이 재직중인 회사에 대한 처우나 환경, 복지 등에 대한 부분에 꽤 관심이 많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다. 아마 가장 크게 차이가 많이 나는 부분은 직장을 다니는 이유인 “돈” 적인 부분이 가장 클 것이다. 이 외에도 업무 프로세스, 환경, 동료 수준, 복지 등등이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다.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중소기업의 수는 자그만치 99.9 % 이다. 대략 0.1 % 가 대기업이라는 뜻인데 그런 직장인 관련 카페에서 중소기업을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현실은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중소기업”을 다니고 있는데 말이다.
달리 풀어서 이해하면 대기업 종사자 외에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 대해 불만족스럽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돈”이 되었든, 업무 환경이 되었든, 복지가 되었든 말이다.
그래서 많이 이들이 말하길, 처음부터 직장생활을 할거면 “대기업”을 가는 게 좋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X소기업을 절대 먼저 가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을 가려면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이들이 대기업을 가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말이 있다. “중소기업은 절대 가지 말라”이다. 다들 기왕이면 대기업을 갔으면 하지만 많은 직장인들은 중소기업에서 재직 중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갈 수밖에 없는데 “중소기업”을 가지 말란 의미는 무엇일까?
매년 취업 관련 뉴스를 듣고 있으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여 사람을 뽑기 어렵다고 한다. 도대체 왜 청년들은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는 것일까?
“중소기업”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자
회사를 왜 다니는가?
우리가 “돈” 즉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는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회사”라는 곳을 들어가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창업”을 하는 방법이다.
“창업”은 사실 고등학교나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이 선택하기 매우 어려운 방법이다. 그 이유는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을뿐더러 경험도 없고 자본도 없기 때문이다. “창업”은 사전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 바로 시작하기에는 어려운 방법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은 “취업” 즉 “회사”를 들어가는 방법을 택하게 된다. 누구는 “공무원”을 준비하여 시험에 합격에서 “공무원”이 되지만 그 비율도 적기 때문에 대다수는 일반 기업을 들어가게 된다. 이때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눌 수 있다.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갈 수도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가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런 자아를 찾는 거보다는 경제활동,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닌다고 볼 수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돈”을 벌려고, 즉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회사를 가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데 “회사”를 갈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이고 생계를 위해서는 누구든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회사”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규모에 따라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산업 분야 별로 기업의 종류는 천차만별이다. 누구는 “대기업”에 종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99.9%가 “중소기업” 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중소기업”에 재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재직하는건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우리나라 근로자 중의 82%가 “중소기업”에 재직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내가 재직하는 회사는 내 노동의 대가로 내게 “돈”을 지급해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여기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들간에는 차이가 발생한다. 가장 큰 차이는 “돈”이다. 즉 같은 일을 하더라도 “대기업”에 종사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단지 “대기업”에 재직한다는 이유 만으로다.
같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과를 나왔어도 “중소기업”은 지급되는 돈의 액수가 확실히 대기업보다는 적을 수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일단 노동의 대가로 받는 “돈”에서 기본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 당연히 금액은 “대기업”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여기서부터 청년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쌓이기 시작한다.
“중소기업”의 현실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는 비단 “월급”의 차이만 있는게 아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대기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규모면에서 차이가 있다. 일단 대기업은 자산규모가 5조원 이상의 기업으로 기준을 정한다. 인원은 예전에는 300명 이상을 대기업 기준으로 삼았지만 현재는 자산규모로만 기준을 정한다고 한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매출 1500억 이하 규모의 기업이며 당연히 재직 중인 인원도 300명 미만이면 보통 “중소기업”에 분류된다.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이렇지만 실제로는 대기업의 경우에 몇천~몇만명의 인원이 재직 중인 경우도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몇십 명이 상주하는 작은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은 편이다.
매출액과 상주인원의 차이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직원들의 “급여”와 “업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0/09/13 – [리뷰/직장] – 내가 다녔던 직장들이 다 거기서 거기였던 이유는?
위의 글은 내가 지금까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다녔던 회사들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글이다. 중견, 중소기업을 모두 경험하였고 대기업을 다녔던 경험은 없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모든 면에 있어서 확실히 대기업에 비해 “급여”나 “업무환경”이 열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단지 규모, 매출액, 인원의 차이에 따라서 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나 업무환경이 차이가 날까?
우리나라는 경제 발전을 할때 주로 “대기업” 위주의 규모의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취했다. 한창 경제가 성장할 1970년대 이후에 주로 중화학공업 및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펼쳤는데 이들 산업은 중소기업보다는 규모가 큰 “대기업”을 지원하는 게 아무래도 좀 더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 보다는 “대기업”에 정부의 정책과 자본이 좀더 집중이 되다 보니 자연스레 “중소기업” 들은 한계가 있던 거 같다. “중소기업” 들의 자발적인 성장보다는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서 매출을 올리는 구조로 경제가 돌아갔던 것이다.
물론 경제성장이 한창인 1990년대까지는 그나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차이는 현재같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대기업이 10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하면 중소기업은 80만 원 정도였는데, 어느 순간 그 비율은 현격하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다들 잘 아는 “IMF 외환위기” 덕분이다.
IMF 외환위기로 수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이 되고 정리해고가 되면서 그나마 대등하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급여와 업무 환경의 차이는 더욱더 벌어지기 시작한다. 규모가 큰 대기업의 하청 구조가 경제 구조가 더욱 심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이익은 점점 더 줄어들고 당연히 직원들의 급여와 업무환경도 나빠지기 시작한다.
이익이 줄어드니 “중소기업”들은 운영에 여력이 줄어들어 투자가 줄어든다. 따라서 월급도 인상이 되지 못하고 자체 기술 개발에 소홀히 하게 된다. 대기업의 이익은 해마다 늘어나는데 그 이익은 중소기업을 쥐어짜는 형태로 늘리다 보니 중소기업은 더더욱 상황이 악화된다. 현재 대기업이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다면 중소기업은 대략 1인당 40만 원을 지급한다고 한다. 급여가 대기업의 겨우 4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들이 채용 인원을 더 늘리거나 투자를 활발하게 하지도 않는다. 해마다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이익에 사내 유보금이 쌓여가지만 그 혜택은 중소기업에게 돌아가지 않을 뿐더러 대기업에서도 이윤을 위해 인력 채용을 줄이다 보니 더 많은 직장인들이 중소기업에서 재직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즉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에서 “대기업” 과 “중소기업”의 급여와 업무환경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대기업 재직하는 소수 인원만이 사상 최대 이익에 따른 성과급이나 혜택, 화려한 복지 등을 제공받는 것이다. 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나 관련 재직자들은 그 혜택을 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고…
그러므로 근로조건이 좋은 대기업에 들어가는 경쟁은 점점 치열해진다. 반면 중소기업의 환경은 계속 더욱더 열악해지고 인력 부족은 심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악순환에 더욱더 빠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이다. 모든 중소기업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중소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윤을 내기 위해 손쉬운 방법을 쓰려고 하는데 일단 최대한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이고,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게 만든다. 즉 최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형식상의 이유는 “경제가 어려워서!” 혹은 “이익이 나지 않아서” 지만,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아직도 60~70년대에 경제 성장기 처럼 인력과 시간만 투입하면 성과가 나오는 방식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지 않고 요즘 청년들의 시각에 맞지 않지만 그 방식을 아직도 고수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그럼에도 “사람은 다시 뽑으면 된다!”라는 마인드로 안주하는 중소기업 & 경영자들이 즐비하다.
결론적으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기술력 부족, 낮은 급여, 비 합리적인 업무 프로세스, 전무한 복지 등으로 청년들이 점점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
위에서 언급한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사실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 요즘 청년들이 나약하고 경험이 없고 생각이 짧아서 라고 취급할지 모르겠지만 청년들의 생각이 그렇게 짧지는 않다.
“라때는 말이야~” 라는 방식으로 구 시대적인 꼰대 문화나 까라면 까~라는 군대문화, 밤새도록 술 마신 회식 자리 다음날 아침에 출근하길 원하는 이상한 회식문화 등은 이제 청년들에게는 기피의 대상인 것이다.
급여가 적다고 해서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지 않는다. 복지가 좀 부족하다고 해서 중소기업을 꺼리진 않는다. 어느정도 적절한 선에서 눈높이에 맞는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입사했는데 전혀 비전이 보이지 않는 회사, 하나를 알려줬으면 열을 알았으면 하는 회사, 교육에 소홀한 회사, 일과 삶의 균형이 나쁜 즉 워라밸이 안 좋은 회사 등등은 많은 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중소기업 경영진들의 마인드는 아직까지도 청년들의 시선에 맞추질 않는다. 여전히 과거의 방식과 과거의 패턴대로 경영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대기업이 된 “배달의 민족” 과 “카카오” 등은 아주 소수일 뿐이다.
즉 청년들이 중소기업으로 오게 할 요인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낮은 급여와 열악한 업무환경과 별도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것. 결국 대기업으로 많은 인재들이 모이는 반면, 중소기업으로는 인재들이 모이지 않아서 더욱더 악순환에 빠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이제는 혁신이 필요할때
IMF 외환위기 이후로 대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상당히 많은 “혁신”을 진행한 듯하다. 구조 조정을 철저히 진행하였고 이윤을 위해 경영 방식을 바꿨으며 신사업 기획을 통해 매출원을 새로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IMF 이후로 변화된 게 없다. 2000년대 초반 잠깐 IT 붐이 일어난 거 외에는 현재 “중소기업”들은 매출과 이익 모두 악화되고 있다. 점점 인력난은 가중되고 업무 환경은 열악해지며 새로운 무언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 단순히 경제 상황이나 경제 구조 때문에 이런 상태가 되었다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이 나름 변화할 동안에 “중소기업”들은 변화의 노력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점점 대기업 하청 위주로 매출원을 올리려고 하고 인건비를 줄여서 이윤을 남기려고만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부분을 보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너 없으면 다른 사람을 쓰면 된다고 쉽게 생각한다.
지금 당장이야 이런 전략이 먹힐지도 몰라도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더욱더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존에 인력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 은퇴할 시기가 다가온다. 그런데 경제 상황 때문에 청년들은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당연히 일할 사람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쓰면 된다고? 단순 노동이나 생산직에는 어느 정도 대체가 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술개발이나 기획, 마케팅 등등의 창의적 혹은 지식이 필요한 직군들의 인력 부족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부족 인력들도 “외국인들”로 대체할 수 있을까?
어째 보면 현재 상황은 “중소기업”들 입장에서 굉장한 위기 상황인 것이다. 내가 다니는 현재 회사도 기술 관련 인력을 충원하는데 아직도 애를 먹고 있다. 경력 있고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인력을 뽑기도 어렵고 내부 인력을 키우기도 사실 쉽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공고를 내도 관련 인력들은 내가 재직 중인 회사에 지원을 하지 않는다. 낮은 급여와 열악한 대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중소기업”들도 혁신이 필요할 때다. 정부가 지원을 안 해준다는 등의 핑계만 대지 말고 중소기업 경영자나 임원들 스스로가 왜 청년들이 내 회사를 오지 않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
직원들을 일을 부리는 노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같이 성장하는 동업자로 대우할 때 직원들과 청년들은 그게 걸맞게 일을 열심히 하고 중소기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급여나 업무 환경을 떠나서 말이다.
이제 더 이상 청년들로부터 “X소기업”이라는 비아냥 거림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