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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은 쉬우나 퇴근은 어렵다? 이상하게 시리 퇴근은 늘 전쟁이다

나의 퇴근길은 이상하게 항상 긴장된다. 직장생활이 13년이 넘었어도 말이다.

공식적으로는 회사의 출/퇴근 시간은 매일같이 똑같다. 9시 출근 ~ 6시 퇴근이다. 그런데 오후 6시가 되면 나의 심장은 두근거리가 시작한다. 그 이유는 제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긴장감 때문이다.  

정말 이상하지만 5시 50분에 누군가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하거나 메일이 온다. 그냥 무시하고 나가버릴려고 하지만 내 위치가 그렇지 못하다. 반드시 메시지나 메일을 확인해야 한다. 확인을 해서 당장 처리할 일이 아니면 퇴근하는 거고 당장 처리할 이벤트가 발생하면 속으로 욕지거리를 시전 한 후에 자리에 앉아서 계속 업무를 진행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게 있다. 왜 출근시간은 꼭 지켜야 하지만 퇴근 시간은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퇴근 시간을 지키면 안 좋게 보던지 눈치를 주고, 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더 좋아하는 아주 이상한 문화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거 같기도 하다. 

나의 퇴근 전쟁기…. 어땠을까?

신입이라서 야근해야 돼?

햇병아리 신입에게는 노오오오력을 해야 할까? – Pixabay

직장에서 신입은 아는게 거의 없다. 산업 각 분야에 대해 전공을 했지만 실무 경험이 전혀 없는 “햇병아리” 같은 존재다. 

신입이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면 일을 할 수 있는 게 없다. 교육을 받거나 인턴 기간을 거쳐야 실무에 투입이 될 수 있다. 어느 정도 회사에서 실무에 대해 파악이 되어야 비로소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신입” 사원에 대해서 바라는게 많은 거 같다. 그 분야에 대해 지식이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햇병아리” 같은 존재지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간에 신입도 바로 실무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거기다가 “신입”에게 추가적으로 요구하는 게 있다. 그리고 그건 유독 “대한민국”에서 바라는 점이다. 

바로 “야근” 이다. 

햇병아리 같은 신입이니 실무 투입을 위해 일과가 끝나고 나서 자리에 앉아서 공부를 하든 업무를 익히든 가만히 있든 간에 추가로 회사에 남아있으라는 무언의 “압박”을 한다. 신입보다 높은 직급의 대리, 과장, 차장 직원들은 “라때는 말이야~~~”라는 말로 예전 추억을 상기시키며 야근의 추억들을 내뱉는다. 이에 “신입”들은 당황해하며 직장 생활을 위해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필자도 비슷했다. 출근 시간은 9시인데 퇴근 시간이던 오후 6시가 되어서도 쉽사리 퇴근을 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6시가 되기전 5시 55분에 저녁을 먹으러 가자는 선배 직원들의 말에 함부로 거절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이 많든 적든 바쁘던 바쁘지 않든 간에 5시 55분의 저녁 초대는 쉽게 거절하기 어려웠던 거 같다. 

물론 당시에는 혼자 자취를 하는 상태였고 저녁을 회사에서 먹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퇴근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 나는 한편으로는 한숨을 쉬기도 했다. “먹고살려면 이렇게 해야 하나…” 

그 어느 누구도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야근을 하는 것에 대해 별 말을 하지 않는다. 바쁜 일이 없을 때에도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자리에 늦게까지 있는것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그저 윗 선배 직원들이 그러니까 나도 따라서 그렇게 했을 뿐….

한해~두해 지나서 업무에 익숙해지고 회사에서 나름 일을 해간다고 판단이 들었을 때에도 퇴근 시간 6시는 내게는 그림의 떡이다. 어김없이 저녁 식사 초대는 이루어지고 난 그걸 거절하기가 꽤나 어려웠던 거 같다. 

직장이란 곳을 다니기 시작한지 4년 동안 이런 패턴은 반복되었다. 

한창 일 잘할 나이에는 당연히 야근이지!

사무실은 저녁이 되어서도 불이 꺼지지 않더라… – Pixabay

보통 직장 생활을 시작한지 4~7년 차 때는 월급 대비 가장 일을 잘하는 연차로 알려져 있다. 회사에서는 대리~과장 직급을 단 직장인들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직장을 다니다보니 “대리”라는 직급을 달아줬다. 그리고 연봉도 올랐다. 물론 그 연봉 인상은 그리 많이 되진 않았지만…

나름 지난 “햇병아리” 때보다 조금이나마 대우가 좋아지니 그나마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그려지는 거 같다.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퇴근시간”은 지켜지지 않는다. 

대리를 달고 나니 회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많아진다. 회사가 돌아가는 것도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업무에 대한 이해도 빨라진다. 그러다 보니 일의 양도 점점 늘어난다. 

“햇병아리” 신입 때에는 업무량 때문에 야근하기 보다는 업무 파악과 공부하느라 야근이 많았던 거 같기도 하다. 그러나 “대리”를 달고 나니 퇴근 시간인 6시가 되어도 일을 다 끝내지 못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나 스스로가 저녁을 먹으며 “야근”을 하기 시작한다. 

심지어는 “야근”을 하고 난 다음에 윗 사람들의 권유로 “회식”까지 하기도 한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회식”을 하는 것이다. “회식”은 잘 알다시피 맛있는 음식과 “술”이 곁들여진다. 당연히 술이 취하면서 피로가 더 쌓이고 다음날 숙취로 고생한다. 

하지만 다음날도 출근 시간은 9시이고 출근 시간을 지켜야 한다. 반면에 퇴근 시간은 지켜지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이상한 경우란 말인가?

내 몸상태는 회사의 입장에서 고려할 사항이 아닌 듯 하다. 술은 같이 마셨지만 술을 조절하는 것도 온전히 나의 몫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진행하는 것도 고스란히 나의 몫이 된다. 전날 술을 마셨어도 업무가 바쁘면 야근은 할 수밖에 없다. 

아 이때쯤 되니 점점 내 몸과 마음이 지쳐가기 시작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사는 건지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는 건지 모를 정도다. 대한민국에서 직장 생활은 업무적 능력 외에도 “야근”을 할 수 있는 강인한 체력과 “술”을 잘 이겨낼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필수다. 거기에 사내 정치를 잘하는 것도 덤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많았다. 도대체 이놈의 나라는 왜 “야근”을 권유하고 선호하는 걸까? 출근이 있으면 퇴근이 있어야 삶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라떼는 말이야~~~”는 말을 시전 하는 윗 선배 직장인들의 얘기를 들어 봤을 때 이런 식으로 직장 생활을 해야지만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것일까? 

다른 나라의 직장 문화에 대해서 알아보기도 했다. 미국이나 일본만 해도 연평균 근로 시간이 “대한민국” 보다 훨씬 낮았다. 대한민국이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2천 시간이 넘어갔었지만 이들 미국과 일본은 각각 1천7백 시간 정도로 소위 경제 대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에 비해 근로시간이 훨씬 적었다. 

특히 “독일”의 경우에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 이유는 독일은 연평균 근로시간이 “1천3백시간” 정도로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서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다. 

위의 링크는 OECD 국가별 연평균 근로시간의 통계자료이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나라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적다. 웃긴 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OECD 가입 국가들 중에서 2번째로 근로시간이 길었다. 그러다가 2018년부터 “주 52시간”이 도입되서인지 1900시간대로 내려갔고 5위 수준이라고 한다. 물론 앞에서 5위지만…

위의 통계를 보면 근로시간이 길다고 해서 경제성장이 잘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세계 11위권의 나름 경제대국이지만 비슷한 경제규모의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브라질, 호주 등지에 비해서 근로시간은 절대적으로 꽤 많은 편이다. 

이걸 봤을때 딱 느낌이 오지 않을까? 그만큼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장시간 근로를 하는 나라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서야 “주 52시간”이 법으로 강제되었다고 하지만 OECD 대부분의 나라들은 “주 40시간” 혹은 “주 35시간”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내가 한창 일할 시기인 대리 시절에는 이처럼 법적인 보장을 받지 못한채 퇴근 시간은 지켜지기 어려웠던 거 같다. 신입 시절과 마찬가지로 퇴근은 늘 눈치를 보며 해야 했고 신입 시절에는 업무 파악을 위해 자발적 야근이라면 대리 시절은 일이 많아서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물론 어느 누구도 제 시간에 퇴근을 권유하지 않았다. 

나는야 과장, 차장! 그럼에도 퇴근 시간은 지켜지지 않는다. 

직급이 올라가도 퇴근시간은 오히려 지켜지지 않는다 – Pixabay

직장 생활을 어떻게든 계속 하다보니 점점 연차도 쌓여가고 경험도 많아진다. 요령도 생기고 시간 대비 업무 효율도 좋아져서 업무 처리가 빨라진다. 그렇지만 나의 퇴근시간은 오히려 더 지켜지지 않는다. 

진급도 하고 직급이 점점 올라갔지만 “6시 퇴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윗선에서 “회의”를 6시 이후에 잡거나 메일이나 메시지를 6시 직전에 보내기 때문이다. 

또한 퇴근을 제시간에 하려면 아랫 직원들의 업무 현황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직원들보다 빨리 퇴근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아랫사람들의 상황을 위에다가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다 보니 외부 일정도 부쩍 늘어난다. 외부 인사와의 미팅도 잡히고 때론 저녁 식사도 겸해야 될 때도 있다. 이런 일정이 생기면 나의 퇴근 시간은 “6시”가 되기 어렵다. 

요즘 드는 생각인데 예전 신입 “햇병아리” 시절에 윗 선배 직원들이 왜 저녁 먹기를 권유했는지 약간은 이해가 될 거 같다. 회사 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업무 성과도 중요하지만 자기보다 더 윗선의 눈치도 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윗선에게 잘 보이는 방법 중에 하나는 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서 “열심히 하는 척” 하는 것이다. 일이 없어도 회사에 남아있으면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만큼은 일을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준다. 

이 얼마나 비 효율적인 사고 방식인가? 회사에서 나이도 어느 정도 있고 가정도 있으며 아이들 열심히 키워야 하는 40~50대 가장들은 이런 갈등을 수도 없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다니던 회사에서 계속 월급을 받으려면 위에 잘 보여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도대체 뭐 때문에 “6시 퇴근”을 하면 일을 안한다는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것일까? 직장인들끼리 대화를 하다 보면 “칼퇴근”이라는 용어를 쓸 때가 있다. 그러나 이는 굉장히 웃긴 용어이다. 그 이유는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것은 이상한 게 아닌데, 칼 같이 퇴근한다고 해서 “칼퇴근”이라는 용어를 굳이 붙인 거는 그만큼 그 시간에 퇴근하는 게 어찌 보면 부정적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제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직장문화. 그리고 제시간에 퇴근하는 것을 “일 안 하는” 걸로 생각하는 직장문화는 참으로 이상한 문화다. 마치 고대 사회부터 조선시대까지 신분제 사회에서 “내거노비(주인집에서 생활하는 노비)”화 되는 것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출근 시간은 꼭 지키되 퇴근 시간은 지키지 말라는 무언의 계시가 대기업, 중소기업 할거 없이 합법적인 틀 내에서 지향되어온 대한민국. 그러면 청년들은 연애는 언제하고 결혼은 언제 하며 아이는 언제 가지고 아이는 언제 키울까? 

김기춘 전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비서실장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메모. 위 메모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때,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생각이 담긴 메모가 세상에 공개되자 사람들은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층들의 생각이 정말 시대착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위의 메모에서 보이듯이, 국민들의 생활속에서 직장 생활 외에 휴식과 일상생활을 거의 없애야 된다는 사고방식이다. 야근을 지향하고 주말도 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정을 파괴한다는 게 주요 목표인 듯하다. 

과거 독재 정권때의 사고방식과 비슷하다. 정권의 유지를 위해 국민들의 의견 교환을 금지하기 위해서 휴식 없이 일만 주야장천 하게 만든다. 그래야 국민들이 딴생각을 못하기 때문이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노력에도 말이다. 

저런 사고방식을 최근인 2016년까지도 지도층들이 했다는게 놀랍다. 저렇게 하는 게 국민들을 통제하기가 유리하다고 판단했을까? 현재는 정권이 바뀌고 “주 52시간”을 법적으로 보장하게끔 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기업의 CEO들의 생각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은 듯하다. 

나름 분석해보니 퇴근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일이 많은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각 기업마다 인력을 운영하는 방식은 다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일의 양에 비해 충분한 인력이 배치가 되지 않고 두 사람이 할 일을 한 사람이 하며, 하는 일에 비해 보수는 적다는 것. 

최근 들어 “택배기사”들의 과로사를 뉴스로 접하게 되었다.

위의 사례는 전형적인 한국식 재해이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현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현 상황이 기업 입장에서는 나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택배기사 과로사”가 이슈가 되고 떠들썩 해지자 그나마 대책 방안을 마련한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 직장 문화 폐해중에 일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럴지인데 나를 포함 많은 직장인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 제시간에 수면을 할 권리. 연애와 결혼, 아이를 낳을 권리를 생존을 위해 박탈당하고 있다. 

“주 52시간” 도입에도 많은 기업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고 단지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해당 법을 완화해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수당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입장 때문에 더더욱 “주 52시간”은 문제가 많다고 기업 입장에서 계속 얘기가 나온다. 

장시간 근로를 하는게 그렇게 필요한 것일까? OECD 국가 중에 독일의 경우에는 년간 1300시간만 일해도 경제 성장 잘하고 경제 대국이 되었는데 말이다. 이걸 봤을 때는 일만 많이 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시스템의 문제인 거 아닐까?

오늘도 퇴근을 하기전에 별다른 메일이나 지시가 나올지 눈치를 보면서 퇴근을 했다. 내가 이러려고 직장을 다니나~라고 한숨을 쉬었지만 현실은 여전히 나의 퇴근 시간을 지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그래서 난 제시간에 퇴근을 하기 위해 계획한다. 그것은 “디지털 노마드” 같이 회사로 출퇴근할 필요가 없는 일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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