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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열악한 “개발자”의 현실

개발자는 과연 좋은 직업인가?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은 거의 끝나가는 추세이긴 하다. 2020년 초반에 전 세계를 휩쓸던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엄청난 타격이 있었는데 가장 와닿았던 경제적 현실은 “내 일자리”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그 황당함이람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여행, 항공, 음식, 술집 등의 서비스업종에 대한 타격이 꽤나 컸다. 수많은 관련 종사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무급 휴직을 하거나 관련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코로나가 잠잠해진 덕분에 다시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고 관련 일을 했던 사람들이 현업으로 복귀를 하고 있지만 플랫폼 일자리가 성장한 덕분에 서비스업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도 꽤 생겨났다. 그래서 후유증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임에도 오히려 더 호황을 누린 직업과 일자리가 있다. 바로 IT 업종이다.  

물론 IT 중에서도 IT 서비스 쪽으로 분류되는 웹, 앱 등이 호황을 누렸다. 그 이유는 “비대면” 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거리두기가 강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으로 접근하게 되었고 그 비대면을 가능하게 해 준 기술이 “IT기술” 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배달 음식 산업”이 호황을 누린 것과 일맥상통하다. 

그래서 “IT 개발자” 혹은 프로그래머로 불리는 직업이 굉장히 최근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개발자는 굳이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 않고도 컴퓨터와 인터넷만 있으면 전세계 어디서든지 일을 할 수가 있다. 더군다나 기술적인 일이기 때문에 난이도가 있으며 그에 따른 보상도 꽤나 높은 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개발자의 몸값이 꽤나 뛴 상황이다. 특히 네이버, 카카오 등 IT 서비스 회사에서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책정한 몸값은 꽤나 높고 일반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공을 하지 않은 일반 직장인이나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너도 나도 개발자를 하기 위해 관련 학원이나 강좌를 수강하면서 IT 개발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다. 

그런데… 과연 개발자는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일까? 그 내면을 살펴보자. 

IT 기피와 스마트폰 등장

사실 IT 개발자는 10여년전만 해도 기피하는 업종 중에 하나였다. 관련 학과인 컴퓨터, 전산, 정보통신, 전자 공학 출신 대학생들은 적은 연봉에 야근을 밥 먹듯 하는 “개발자”로의 진출을 점점 꺼렸다. 

10여년 전만 해도 최저 시급도 안되는 연봉에 열악한 대우, 야근을 밥먹듯 하는 장시간 근로의 대명사인 개발자는 기피 대상이었다 – pixabay

필자가 15년전 개발자를 시작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미 학교를 졸업하기 전 취업 준비를 할 때도 IT 분야로의 진출은 특히 “야근”에 대한 악명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왜 그렇게 장시간 근로를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직접 취업을 하고 회사를 다녀보니 그 이유를 대략 알 듯 했다. 난 작은 중소 벤처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했고 대기업인 고객사에 네트워크 장비를 개발하여 납품하는 회사에서 개발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고객사는 빠른 대응 및 개발 일정을 항상 요구한다. 하지만 작은 규모의 중소기업은 인력과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개개인이 좀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특히 IT 분야의 중소기업들은 회사의 핵심 인력인 “개발자” 들이 장시간 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인지 고객사는 일과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슈 대응이나 업무 협조 요청을 비일비재하게 한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도 그런 문화는 일반적이었다.  

아마 그 시절에 개발 경력을 시작한 사람들은 대략 공감을 할 것이다. 당시는 토요일에도 오전 근무를 하던 시기였고 이제 주 5일 전환을 시도하던 과도기였다. 토요일에 출근을 해서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있던 나로써는 이게 돈을 벌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것인지 회사를 다니기 위해 돈을 버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회사에서 저녁을 먹는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가끔가다 회사에서 잠을 자는 것도 “권장사항”이었을 정도로 최악의 근무 화경이었다. 가장 최악인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연봉”이다. 회사에서 살다시피 해도 고작 받은 월급은 150만 원이 안됐으니깐…(당시 기준으로 봐도 적은 금액이다) 

이런 상황 때문이었을까? 내 직장 동료 개발자들과 알게 된 개발자들은 하나 둘씩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직을 하거나 아예 개발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개발자들의 평균 은퇴 연령은 30대 후반이라는 말이 있었으며 40대 초반이 되면 “치킨집”을 차려야 한다는 게 나름 공식이었을 정도로 개발자들의 대우는 최악이었다.  

10여년전만 해도 개발자들은 “치킨집”을 차릴 준비를 하는게 공공연한 농담이 되기도 했다 – pixabay

그러다 스티브 잡스가 2007년 혜성처럼 등장한 “스마트폰”을 내놓으면서 전세계 IT 시장의 지각 변동이 일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변화를 이룰 정도로 혁명적이었지만 특히 IT 분야는 그만큼 기술의 진보와 개발자들의 인식이 급격히 바뀌게 한 계기가 됐다.  

“모바일” 환경은 IT 개발자들에게 태세 전환을 하게 해줬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앱, 혹은 웹 개발자의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니콘 기업(배달의민족, 쿠팡, 토스, 당근마켓, 야놀자 등)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IT 시장 또한 경제적 논리에 의해 돌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IT 업종의 열악한 현실에 많은 개발자들이 떠나거나 다른 일자리로 전환을 하는 바람에 개발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또한 대학에서 선배들의 열악한 현실을 익히 잘 알고 있어서인지 많은 학생들이 관련 전공을 기피하는 바람에 신입을 뽑기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자연스레 조금씩 환경은 나아지고 개발자들의 몸값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30대 후반이면 은퇴한다던 개발자들이 40대~50대를 넘어 환갑에 가까워도 현역으로 뛰는 개발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모바일이 IT 시장의 상황을 급격하게 바꿔놓은 셈이다.

소수의 대기업과 유니콘 기업의 대우만 좋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유일하게 호황을 누린 IT 분야에는 취업이 어려운 대학생들이나 일반 직장인들이 IT 분야로 뛰어들기 시작한다. “네카라쿠배”로 불리는 IT 서비스 대기업은 개발자들에게 신입부터 꽤 많은 연봉 지급과 복지, 처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개발자 대우가 좋은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사무실 모습 – 카카오페이 블로그

그 외에도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등의 대형 게임 회사,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개발자들에게 많은 연봉과 좋은 복지, 좋은 근무환경등을 제공하면서 개발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전공이 아닌 일반인들까지도 좋은 대우를 위해 “개발자”를 하려고 노력 중인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리는 상황에서 개발자들이 귀해지면서 대우와 처우가 좋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수의 대기업, 유니콘 기업, 스타트업만 대우와 처우가 좋은 것이지 그 외 80% 비율로 이루어진 중소 IT 기업들의 연봉, 처우는 아직도 열악하다. 

불안정한 일자리 및 열악한 환경

필자는 개발일을 한지 15년 차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오래 다닌 적이 거의 없다. 가장 길게 다닌 직장이 5년이다. 

필자는 대기업을 다녀본 적은 없다.  대기업 계열사인 중견기업 정도를 다녀보기도 했으며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번갈아 가며 다녀봤다. 하지만 여태 다녔던 회사 중에서 내가 오래 다닐만한 회사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매출” 이다. IT 기업들은 생각보다 매출이 들쭉날쭉 한 곳이 많다.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고 해도 신규 사업부나 신규 부서가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해당 사업부나 부서를 폐지한 다음 개발자들을 나가게 만든다.  

즉 요즘 대우가 좋은 개발자라고 해도 순식간에 회사에서 쫓겨날 수 있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매출에 눈치를 봐야 하며 사내 정치에 피해를 입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퇴사를 하기도 한다.  

또한 소수의 대기업, 유니콘 기업, 스타트업 외에는 여전히 대우나 처우가 열악하다. 내 경력이 15년이 되었다고 해도 유니콘 기업 신업 연봉 수준밖에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직을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견, 중소기업은 연봉이 다 거기서 거기이다.  

경력자가 이정도인데 신입은 말할 것도 없다. 그나마 요즘은 최저 시급이 오르고 개발자가 귀하기 때문에 중소 신입이라고 해도 2,800만 원 ~ 3,000만 원 수준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우가 좋은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에 비해서는 초라하고 물가에 비해서는 낮은 연봉이다. 

개발자가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직”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계발이나 개발 경력을 쌓아야 가능하다. 새로운 신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기 때문에 개발자는 개발만 하는 게 아닌 공부와 지속적으로 병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서 개발자는 하는 일에 비해 열악한 대우를 여전히 받고 있다. 주 52시간제도가 그나마 법제화되어서 최근에는 장시간 근로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주 52시간을 넘어서 꼼수로 장시간 근로를 하는 회사들도 꽤 존재한다. 

적성에 맞지 않으면 괴롭다

개발자가 귀해지고 대우가 좋아지면서 최근에 비 전공자나 일반 직장인들이 IT 개발자를 하기 위해 국비학원 등을 통해서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렵게 개발일을 시작했지만 “3년”을 넘겨서 롱런 하는 개발자들은 그 비율이 많지가 않다. 생각보다 열악하고 적성이 맞지 않아서 그만두기 때문이다.   

취미로 하는 프로그래밍은 재미가 있고 흥미로울 수 있다. 하지만 회사에서 하는 실무는 얘기가 다르다. 내가 원하는 알고리즘을 느긋하게 구현하려고 하지만 현실은 고객사의 닦달과 빠른 일정관리, 스파게티 코드 이슈 대응, 담당자도 없는 업무 맡아서 맨땅에 헤딩하기 등등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빠른 개발일 처리는 개발을 막 시작한 개발자들에게 굉장히 괴로운 일이 될것이다. IT 쪽은 빠른 시간에 결과물이 나오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코드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데 빠른 개발 일정이나 이슈 대응은 금세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끊임없이 신기술을 습득하고 공부를 하지 않으면 금새 도태된다. 불과 몇 달 전에 익혔던 기술이 구식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기술의 변화가 빠른 분야가 IT 분야다. 

이런 개발자의 특성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성에 맞지 않으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거기다가 직장에서는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금세 포기하고 말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특징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하고 버티고 인내하는게 필요하다. 1년~3년 버티다 보면 5년 개발자가 될 수 있고 그 이후에는 롱런할 수 있다.  

개발일은 결코 쉽지 않은 분야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지만 누구나 오래 할 수는 없다. IT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이 개발자들에게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실력이 없거나 순발력이 떨어지는 개발자들은 자연스레 시장에서 도태되고 결국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한다. 

그럼에도 당신이 개발자를 하기를 원한다면 꽤 많은 노력과 인내를 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많은 연봉과 처우를 기대한다면 개발자를 하면 안 된다. 낮은 연봉부터 시작하여 충분히 경력을 쌓고 내 실력은 인정받은 다음에 유니콘 기업이나 대기업을 도전한다면 가게 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난 개발자를 선택한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만족중이다. 대신에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겪고 잘 버텼기 때문에 현재까지 개발일을 했던거 같다. 그러나 수많은 난관을 버틸 자신이 없다면 개발자는 결코 좋은 직업은 아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괜찮은 직업이다. 하지만 개발자가 몸담는 회사는 좋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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