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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지, 지인에게 “돈자랑”을 하면 안되는 이유

나는 4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남들이 다 하는 결혼을 했고 결혼을 하면 거의 필수적인(?) 아이를 하나 두고 있다. 

내 인생의 전환기는 “결혼 전 후” 다. 결혼을 하기 전과 한 후에 큰 차이점은 결혼 전에는 시선이 “나” 에게만 맞춰져 있었다면 결혼 후에는 “내 가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즉 내 주변에 내가 원하지 않아도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보면 된다. 

결혼 전에는 내가 원하지 않는 관계의 사람들은 굳이 가까이 두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직장 동료들의 경우에는 내 할일만 하면 되고 굳이 내가 동료에게 업무 외 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 평상시에 많은 시간을 직장 동료와 같이 보내지만 그들과 유대관계를 맺거나 불필요한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2021.10.22 – [리뷰/직장] – 나는 회사에서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2022.05.05 – [리뷰/직장] – 난 퇴근시간에 “직장동료”와 같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결혼 전에는 나랑 대화가 통하거나 친밀한 지인들만 대화를 하면 된다. 또한 애인이 있다면 애인하고만 대화를 하면 된다. 그 외에는 그 어느 누구도 내가 억지로 말을 걸거나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었던 거 같다. 상대적으로 “관계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단 와이프의 식구들이 나와 밀접하진 않아도 자주 마주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리고 결혼전에는 잘 신경 쓰지 않던 우리 부모님도 이상하게 신경을 더 쓰게 된다. 그 이유는 시댁 눈치를 봐야 하는 “와이프”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전에는 신경쓰고 싶지 않던 양가 식구들과 친인척들이 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또한 굳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아도 안부 멘트라도 날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명절”이 되면 그런 양가 식구들의 “오지람”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다.  

회사는 잘 다니고? 사업은 잘 되고? 돈은 잘 벌어? 대박 좀 터져야지? 애를 이제 가져야지? 애는 잘 있고?

결혼 전에 듣지 못했던 양가 식구들의 오지람 멘트들이다. 특히 아이가 생기면 양가 부모들의 관심이 더 늘어나면서 전에 하지도 않는 전화를 자주 하거나 불씨에 찾아오는 등의 행위를 한다. 그다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인물들의 이런 행위들이 내겐 영 달갑지 않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활달한 성격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좋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결혼 전에는 사람들 만나고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결혼 후에 이상하리 만큼의 관심과 오지람에 약간 거리를 둘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양가 식구들이나 일가친척들을 보고 마주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내 상황을 절대 말하지 말라.”이다.

오지랖과 질투 사이

결혼을 하게 되면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내 옆에 배우자가 있기 때문에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 원치 않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단점들이 눈에 보이면서 깨달아지는 점들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내 상황이 어떤지 부모라도 절대 공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양가 부모님이나 일가 친척들에게도 말은 아껴야 한다 – pixabay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 양가 부모나 일가친척들에게는 이런저런 얘기가 떠돌게 된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권에서는 각자의 상황과 사는 소식에 대하여 매우 궁금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연스레 각자의 상황이 비교 대상이 돼버린다. 

일단 내가 어느 직장을 다니고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여기저기 알려지고 공유가 되게 된다. 특히 와이프의 부모님, 즉 장인 장모에게는 사위가 어디를 다니고 어떤 일을 하는지가 무척이나 관심거리이다. 그리고 다른 형제자매나 일가친척들에게 이런 내용은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공유되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내가 이런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와이프 형제 중에 처남이 취업을 못했다면 그런 상황을 내게 이야기하면서 “자네가 좀 이야기를 해 줘~”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내가 처남에게 해줄 만한 이야기는 딱히 없다. 전에 조언을 한 적이 있으나 이야기조차 듣지 않으려는 처남 때문에 화가 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그 이후로 처남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도움을 주고 싶지도 않거니와 내가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지도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대화라는 것은 상대가 경청하고 받아들여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 감정만 소모되는 그런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데, 와이프와 처가 식구들은 그런 대화를 자꾸 하자고 한다. 

또한 내 상황과 처가 친척들의 남자들과 비교 대상이 될 때도 있다. 누구는 이렇게 좋은 아파트 사는데 너는 어때? 뭐 이런 식이다. 누구는 이런 회사 다니는데 너는 어디 다녀?라고 은근 비교 대상이 돼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회사를 다니고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양가 부모들과 식구들은 그런 이야기들을 내 앞에서 종종 하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만 이야기를 하라고 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제 한 번은 이런 적이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신축 아파트이지만 “전세”이다. 사실 나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도 아니고 한 달 월급 받아서 근근이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그런데… 현재 사는 곳에 이사를 와서 처가 식구들을 초대했는데 초대 후에 나를 대하는 게 약간 달라짐을 느꼈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방문하고 나서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 pixabay

처가 식구들의 관심사는 “저 놈이 어떻게 해서 저런 신축 아파트를 마련했냐?”라는 것이다. 그 전에는 관심도 없던 주제이다. 그런데 이 집은 신축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온 것이지 내가 산 아파트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집이 없는 와이프의 형제자매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되는 것 같다. 특히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현재 말도 안 되게 폭등을 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관심이 생기는 듯하다. 

그러더니 그 자리에서 어디 왔다고 전화를 하는 사람. 그리고 주소까지 알려주려는 사람. 다음에 또다시 놀러 와야겠다는 하는 사람 등등. 평상시에 안 하던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난 속으로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다고 생각했다. 

살고 있는 집에 오기 전에는 내게 쌀쌀맞게 대한 처가 식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사람이 날 그렇게  대하진 않는다. 정말 웃기는 노릇이다. 그런 모습을 본 나는 그 이후로는 그 사람과는 일절 대화를 하지 않는다. 처갓집에 종종 갈 때가 있는데 이제는 내가 회사에서 사람들을 대하듯이 똑같이 “공식적인” 말과 “의례적인” 말만 되풀이한다. 

이는 처가 식구들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상하게 결혼 후에 친했던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내가 이런 회사 다니고 아파트 전세로 살고 있다고 했다. 사실 너무 평범하다. 그리고 뭐 내가 내세울만한 것도 전혀 없다. 

그런데 내 친구들의 와이프들이 문제다. 와이프들이 하나같이 친구들의 바가지를 긁었던 모양이다. “누구는 신축 아파트 전세로 들어갔다는데 우리는 왜 그런데를 못 가냐~~~” 등의 말이 오간 거 같았다. 어이가 없는 게 우리 가족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게 아니라 단지 신축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갔을 뿐이다. 

심지어는 결혼 전까지 잘 만난 커플들과 그런 대화를 하다가 와이프들끼리 다투게 되어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돼버렸다. 여성들끼리는 그런 점 하나하나가 질투 요인이 되는 것일까? 

남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일까? – pixabay

심지어는 이런 일이 있다. 내가 현재 아파트로 이사를 왔을 때 친동생이 집에 왔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어떻게 해서 친동생도 수도권에 신축 아파트를 분양을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어머니한테 들었는데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린 이제 부자가 되었다!!!

왜 우리인가? 난 나고 그 아파트는 동생이 분양받은 것이다. 동생이 분양을 받으면 그가 좋은 것이지 내가 좋은 게 아니다. 난 그래서 어머니한테 그 이야기는 내게 다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혹여나 내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면 애초에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이처럼 이상하게 결혼 후에 상대방을 비교하고 질투를 하는 등의 시선들과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 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내가 평상시에 몰랐던 제3자 들이 내 주변에 포진하는 바람에 그런 것일까? 

그리고 웃긴 것은 내가 누구에게 내세울만한 인물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난 대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도 아니고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월급을 못 받으면 생활이 어려운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다. 몇 년 전에 신축 아파트를 전세로 들어갔으나 알다시피 전세 아파트는 여전히 셋방살이이지 아파트를 산 게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나 같은 사람도 양가 식구들과 일가친척들에게 질투나 시기를 받을 만한 사람일까? 생각해보면 참으로 웃긴 상황이지만 나를 부러워하거나 질투를 하는 사람이 또한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구는 상대적으로 본인보다 내가 훨씬 잘 살고 나아 보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 후에 양가 식구들, 친인척, 지인들의 행동을 보고 많이 깨닫게 되었다. 우리 속담에 “남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4차 산업 혁명이 시작되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는 시대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러질 못하나 보다. 

난 그래서 이제 명절이나 공식 석상에서 양가 식구들이나 일가친척들에게 내가 어딜 다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디에 살고 월급은 얼마이며 취미 생활은 무엇이고 쉬는 날은 언제이며 연말정산을 얼마 받았는지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 특히 주식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다. 

최근에 이직을 한 적이 있는데 이직한 것조차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월급은 여전히 250만 원을 받고 생활이 어려우며 현재 전셋집에서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고 으름장을 놓아야 한다. 

특히 “돈 자랑”은 절대 하면 안 된다. 내가 설령 로또에 당첨이 되어서 10억이 넘는 돈을 수령했다고 해도 이 사실을 절대 양가 친척이나 식구들에게 언급하면 안된다. 특히 로또는 와이프에게도 비밀로 해야 한다. 

내가 설령 100억대의 부자가 되더라도 절대 자랑하지 않으며 중고차를 타면서 허름한 차림으로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고 월급 200만 원 밖에 안된다고 거짓말을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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