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자동차는 “교통수단”이다. 주로 사용할 때는 출퇴근 용도나 아이를 데리고 이동,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여행을 갈 때 정도이다. 제일 많이 사용할 때는 “출퇴근”인데 러시아워일 때 차가 막히는 것을 겪으면 당장 내려서 걸어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내게 “운전”은 그리 달갑지 않은 행위이다. 면허를 갓 땄을때 자동차를 이제 몰 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 흥미와 관심이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운전은 나와 맞지 않는 행위라는 것을 깨달았다.
차막 힘, 깜빡이 안 켜고 끼어들기, 꼬리물기, 차 앞 대가리 무조건 들이밀기, 1차선 전세 내기, 비상 깜빡이 만능 치트키, 비매너 주차, 고속도로에서 레이싱 등을 운전 중에 겪다 보면 참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운전은 내 적성에는 안 맞다. 내가 잘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이상하면 사고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운전을 하는 도중에는 더더욱 신경이 예민해지고 피로감이 몰려오는 듯하다. 운전을 직업으로 삼는 택시기사, 버스기사, 화물 기사 등의 종사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특히 운전도 하루 종일 해야 하고 짐도 날라야 하는 “택배 기사” 들의 고충이 이해가 간다.
그래서 난 운전은 되도록 “안전주의”를 지향한다.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고, 깜박이도 항상 켜준다. 앞차와의 거리도 유지하는 편이고 횡단보도나 차도 정지선은 웬만해선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도로위 사정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물론 각자가 다 사정은 있다. 급해서, 일이 바빠서, 즉 시간적으로 쫓기기 때문에 운전을 막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습관적으로 운전을 “이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 언급할 내용은 어찌 보면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편견”이 존재할 수도 있다. 나도 운전을 자주 하는 편이라고 해도 택시기사나 버스기사같이 운전을 일로 하는 사람은 아니라서 경험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런데 유독 눈에 띄는 차와 운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번 언급해 보려 한다.
어느 주말 오전에 생겼던 일
난 가끔 주말에 장거리 운전을 할 때가 있다.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방문할 때다. 고향이 내가 현재 사는 집과 거리가 있는 편이라서 고속도로를 이용하더라도 왕복 700 킬로미터를 운전해야 고향집에 도착할 수 있다.
집이 수도권에 있는지라 출발한지 얼마 안 돼서 주말이면 늘 막힌다. 반대로 살고 있는 집에 가까워질수록 차는 막히기 시작한다.
차가 막힐 때는 죄다 천천히 서행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있거나 막 달리는 차들을 보기 어렵다. 물론 여기서 어떻게든 빨리 가보려고 왔다 갔다 차선 바꾸는 차들은 항상 보인다.(제일 혐오하는 운전자들이다. 그래 봤자 빨리 못 간다.)
경기도를 빠져나가고 충청도 이남을 지나갈 때면 서서히 정체가 풀리고 시원하게 달릴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고향집에서 수도권인 우리 집으로 올라갈 때쯤이다. 4차선 고속도로인데 보통 편도 2차선은 트럭들이 많이 지나다니기 때문에 추월하기 위해 1차선으로 달릴 경우가 있다. 1차선으로 추월하다 보니 내 앞에 “벤츠”가 보인다.
과거에는 “벤츠”라는 자동차 제조사가 만든 차는 우리나라 도로에서 꽤나 보기 어려운 고급차에 속했다. 그래서 보는 것만으로도 “우와~~~” 할 정도로 감탄사를 자아냈지만 요즘은 우리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차다. 과거에는 “부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탄 차라면 지금은 일반 직장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타고 다닐 수 있다.
그런 벤츠가 내 앞에 달리고 있었는데 시속 110~120 킬로미터 정도로 달리고 있다. 나는 고속도로에서 추월할 때 내 앞에 차가 굳이 1차선을 주행하고 있으면 비켜달라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내 앞에 차 뒤쪽에 가깝게 접근하는 편이다.(물론 너무 붙이면 위험하니 적당히 거리는 유지한다.) 앞에 벤츠가 제한속도 금방에서 달리고 있고 2차선도 비어 있길래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의 벤츠가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이내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1차선을 지속적으로 주행하면서 달아나 버린다. 내가 시속 140 킬로미터로 따라가 보려고 했으나 그 “벤츠”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진 뒤다.
그 벤츠는 대략 시속 190 ~ 220 킬로미터로 질주한 듯싶다. 그 “벤츠”는 도대체 왜 질주를 한 걸까?
국산 준중형 차인 내차는 140 킬로미터 이상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이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고 추월을 했으니 2차선으로 차선을 옮겨서 주행하였다.
좀 전에 일어났던 그 모습을 보고 헛웃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벤츠 운전자의 심리는 도대체 뭔지 궁금했다.
벤츠라는 차의 의미??
좀 전에 내가 겪은 에피소드는 내가 겪은 “벤츠”라는 차들의 일부분이다. “벤츠”라는 차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각인이 될까?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단순히 “벤츠”라는 검색어를 입력하여 검색을 해본 결과이다. 위에서 본 차들 중에 가장 저렴한 가격이 9,800만 원이다. 위 SUV 들은 최소 1억 원 이상 있어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서 “고급차”다. 시중에 출시되고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차들은 제조사가 다양한데, 독일에 기반을 둔 “벤츠”, “아우디”, “BMW” 등이 고급차에 속한다. 물론 국내 제조사인 현대차도 고급차가 있지만 이들 독일 3사의 브랜드에 비하면 아직 견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런 고급 자동차 제조사의 나라인 “독일”에 여행을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독일의 도로에선 이들 3사 브랜드의 차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아우디는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며, BMW는 간혹 보였고 “벤츠”의 경우에는 딱 1대를 봤다. (일주일 여행기간 동안)
2019.12.01 – [여행기] – [유럽 여행] 독일 북서쪽의 작은 도시 링엔(Lingen) 풍경 및 주변 둘러보기
주로 독일 도심이나 도로에서 보이는 차 브랜드는 “푸조”, “시트로엥”, “르노” 등의 프랑스산 차와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 이 많이 보였고 현대, 기아차도 은근 많이 보였다. 독일 도로에서 기아차의 모닝을 봤을 때는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즉 국내에서도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모델이 많이 보이지 않듯이 독일에서도 이들 독일 3사 브랜드의 차들은 고급차인 셈이다. 일반 독일 서민들이 사서 몰고 다니기엔 비싼 차인 듯하다.
그러고 보니 독일에서보다 국내인 “대한민국”에서 벤츠를 더 많이 보는 듯하다. 독일에서 여행 중일 때 딱 한번 본 벤츠는 우리 동네 아파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차이기 때문이다.
대단해 보이지만 ‘1위 메르세데스 벤츠’는 한국과 일본뿐
“벤츠”가 수입차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시장은 “한국”과 “일본” 뿐이라는 글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벤츠를 꽤나 사랑한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벤츠를 많이 사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 부자나 돈 많은 사람들이 많아서 일까?
벤츠 브랜드가 박힌 차를 몰고 다니면 이상하게 운전을 “터프(?)”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이 앞전에 언급한 에피소드에서 벤츠 E클래스 차였는데, 내가 가깝게 접근하니 무려 시속 200킬로미터로 질주하는 공연을 펼쳐주었다.
이 밖에도 희한하게(?) 벤츠 브랜드의 차들은 운전을 좀 터프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에 우리 동네의 한적한 4차선 일반 도로에서도 벤츠 SUV 였는데 굉음을 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달리더니 신호도 무시하고 유턴을 아주 기가 막히게 곡예 수준으로 하면서 재빠르게 사라진다.
벤츠 운전자들의 혐오스러운 행위도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 꽤 있다.
“보배드림”에 올라왔던 주차 갑질 사건이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2대 차선을 점유하고는 차 앞 유리창에 협박성 메모를 남겨놓고 사라진 차주인의 사건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바 “벤츠 주차 갑질 사건”이다.
이들 벤츠 운전자들은 무슨 이유로 이러는 걸까? 내가 지금까지 도로에서 운전하면서 겪은 벤츠 운전자들의 공통점 중에 하나는 운전을 터프하게 하는 것이다. 속도를 엄청나게 내며, 급출발, 급 정거, 요리조리 차선 변경, 신호 무시 등의 행위를 자주 한다.
벤츠를 타고 있는 사람들이 이러는 이유가 과연 뭘까?
비싼 차, 허세, 물질만능주의
국내 수입차 시장의 1위를 차지하는 “벤츠”는 차를 운전하는 사람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비싸고 고급스러운 차다. 누구나 운전자의 선망의 대상이고 한 번쯤은 벤츠를 몰아보길 희망한다.
“삼각별”이 새겨진 마크는 누구나 인정하는 고급의 상징이다. 따라서 벤츠 덤프트럭을 몰아도 비싸고 고급져 보인다. 따라서 벤츠를 몬다는 것은 나의 “부”를 상징하고 내가 벤츠라는 차를 살 수 있는 능력을 도로에서 과시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부자”들은 물론이고 수입이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사업가, 전문직, 직장인들은 대한민국에서 너도 나도 할 거 없이 “벤츠”를 타고 다닌다. 물론 집안이 잘 사는 20대 초반의 자제들도 이들 “벤츠”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벤츠”를 몰고 다니는 거 자체가 허세를 부리기에 딱 좋다. 차가 고가이다 보니 터프하게 난폭운전을 해도 상대방 차들이 알아서 조심해준다. 사고가 나면 손해배상 부분에 있어서 오히려 상대방 피해자가 손해를 더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악용한 건지 아니면 돈이 많아서 사고가 나도 별 탈이 없는지 모르겠지만 “벤츠” 운전자들의 막 나가는 운전은 현재에도 여전하다. 내가 이 정도 벤츠 끌고 다니고 성공한 사람인데 나 건들지 마~~~~ 이런 심보일 수도 있다.
이런 부유층들의 잘못된 신념과 물질 만능주의로 인해 고급차를 끌기에 여유가 부족한 사람들도 “더려워서 나도 벤츠 탄다~”라는 마인드로 무리해서 벤츠를 중고로 사던 리스로 타든 간에 벤츠를 끌고 다닌다. 이런 허세와 신념, 보여주기 문화가 더해져 대한민국에서는 벤츠가 가장 인기 있는 수입차로 등극한다.
물론 이런 시각은 잘못된 것일 수 있다. 내가 도로에서 경험한 “벤츠” 차들만 그런 걸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벤츠 차주들은 그렇지 않은데 몇몇 물 흐리는 벤츠 운전자들이 있을 수 도 있다.
벤츠를 탄다는 것은 잘못되거나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비싸고 고급차를 탄다는 이유로 운전 시 매너를 지키지 않거나 교통신호를 위반해도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분명 잘못된 것이다. 그러려고 “벤츠” 같은 고급차를 타는 게 아니지 않은가?
자동차는 현대 사회에서 필수품이다.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개인 재산이고 남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기호 물품일 수 있다. 그러나 뭐든 적당한 게 좋다. 그리고 자동차는 잘못 다루면 다수의 생명의 위협하는 “흉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돈이 많고 사고가 나도 끄떡없다는 마인드로 타고 다니는 “벤츠”에 대하여는 할 말은 딱히 없다. 그러나 이상하게 “벤츠”를 모든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 나쁜 경우가 많은 듯 보였다. 타고 다니고 과시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상대방을 위협하는 행위는 용납하기 어렵다.
돈 많고 여유로운 환경에서 벤츠를 끌고 다닌다면 운전을 “터프”하게 하지 말고 “우아”하고 “고상”하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