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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센터 화재와 “로켓배송”

화재가 발생한 “쿠팡 이천 물류 센터”의 모습

요 며칠 전에 경기도 이천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쿠팡”을 현재까지도 애용하고 있는 고객으로서 화재 소식은 영 달갑지 않게 다가온 소식이다. 

순식간에 번진 “화마”는 현재까지도 진화가 안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인 듯하다. 진화가 끝나는 데에는 장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하고 안타깝게도 현장에 화재진압을 위해 투입되었던 소방관이 순직하였다. 

잊을만하면 뉴스에서 들리는 대형 화재 소식은 여전히 “안전”을 살짝 뒤로 미루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재뿐만 아니라 건설, 노동 현장에서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다치거나 죽는 사례가 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여전히 안전 의식이 미흡하고 불감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지만, 이번 “쿠팡 물류 센터 화재”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또 다른 부분이 몇가지가 존재한다. 내가 느끼는 그 부분에 대해서 한번 서술해보고자 한다.

코로나 시국에서 엄청나게 성장한 쿠팡

최근에 꽤 흥미로운 소식이 있다. 국내에서 급성장한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Coupang)” 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는 소식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창업자가 국내에서 창업한 쿠팡이 엄청난 성장에 힘입어 미국의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소식이다. 작년 매출만 무려 “13조 원”인 쿠팡은 이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이런 쿠팡이 코로나 시국에 비대면 거래에 힘입어 더욱 덩치를 불린 끝에 꿈의 주식 시장에 상장하였다. 

기업 가치만 “30조원”에 달하는 쿠팡은 “로켓 배송”이라는 빠른 배송 서비스 덕택에 엄청난 성장을 이룬 회사다. 덕분에 국내 전자 상거래 기업을 전부 제치고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쿠팡의 성장은 국내 다른 전자 상거래 기업들을 위협하기 충분했다. 경쟁 업체인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던 “이베이 코리아”는 결국 사업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현재 입찰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을 써본 고객들은 느끼겠지만 “로켓배송” 으로 불리는 빠른 배송 서비스는 무척이나 편리하다. 주문한 지 거의 하루 만에 도착하고, 심지어는 새벽에도 배송을 해준다. 평일/주말 상관없이 토요일에 주문하면 일요일에도 배송이 된다. 바쁜 직장인들에게는 매우 편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여성들 입장에서는 쿠팡만큼 편한게 없다. 코로나 상황에서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다양한 상품을 집 앞으로 받아볼 수 있다. 공산품, 의류뿐만 아니라 식품도 단 하루 만에 배송받는 게 가능하다. 이런 편리함 덕분에 “쿠팡”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손안에 스마트폰으로 몇번 터치만 하면 손쉽게 물건을 구입하고 하루 만에 받아볼 수 있는 세상, 그 세상을 “쿠팡”이 만들어 준 셈이다.

기술의 발달과 시스템에 치이는 노동자들

쿠팡이라는 전자상거래 기업이 성장함과 동시에 쿠팡 내부에서는 계속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편리하게 “쿠팡”을 이용했지만 “쿠팡”의 시스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피해가 잇따른 것이다.

쿠팡이 계속 성장하고 “로켓배송”을”로켓 배송”을 지키려면 그만큼 물류센터나 인력이 확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전국 각지에 대형 물류센터가 지어지고 “로켓 배송”을 위해 쿠팡 맨이라는 배송 기사들이 고용되어 활동 중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물량을 감당할 수 없었던 탓일까? 위 기사에서 보듯이 쿠팡의 물류센터나 배송기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과로로 인해 갑자기 사망하거나 물류센터에서 추위에 떨며 사망하는 등, 현재까지 9명이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다 최근에 “이천 물류센터”의 화재는 쿠팡의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만든다. 지금까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쿠팡에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쿠팡 CEO인 김범석의 갑작스런 국내 등기이사 몇 이사회 의장 사임은 그 의도가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논란을 가져올 정도로 꽤나 타이밍이 절묘하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이 쿠팡을 불매하거나 탈퇴하겠다고 하는 중이다. 

“쿠팡”은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나 개선의 의지나 없는 걸까? 아니면 빠른 배송을 해주는 “로켓 배송”의 시스템이 그토록 노동자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걸까?

나의 친한 친구중에 한 명은 “쿠팡맨”이다. 그리고 1~2년 안에 다 그만두는 와중에도 꿋꿋이 쿠팡맨을 현재까지도 하고 있는 상태다. 40대가 넘으니 체력의 한계를 실감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맨”이라는 배송 기사는 들어왔다 그만두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친구 얘기로는 여름이 무척 힘들다고 했다. 쿠팡맨을 시작하기 전에는 70 킬로그램을 유지하던 몸무게가 60 대 초반을 유지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물량을 다 배송하면 녹초가 된다고 한다. 특히 여름에는 온몸이 땀범벅으로 뒤덮어서 쓰러질 뻔한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에 그 친구는 내게 체력적으로 힘듬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인해 고객들이 별의별 물품을 쿠팡으로 주문한다고 한다. 생활용품, 공산품은 물론이고 물이나 음료, 쌀, 음식 등등 별의별 물건들을 죄다 “쿠팡”으로 주문한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물량에 오로지 배송은 쿠팡맨들의 몫이다. 

한 번은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워낙 배송 물량이 많아서 점심 먹을 시간이 없는데, 하도 힘들고 허기져서 급하게 점심을 먹고 엘리베이터 없는 연립 주택에서 뛰어 올라가면서 물건을 배송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니 바로 얼마 전에 먹었던 음식물을 토하는 “구토”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되도록 점심을 거른다고 한다. 

이 얼마나 열악한 노동 환경인가. 하지만 이런 노동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근무 조건은 일반 택배 기사들에 비해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한다. 주 5일제를 준수하고, 연차의 개념이 있다. 또한 월급은 일이 힘든 만큼 많이 주는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쿠팡맨들이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지는 이유는 “워낙 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람을 충원하고 해도 쏟아지는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렇게 많은 물량이다 보니 이번에 화재가 난 이천 물류 센터처럼 물류 센터의 물량도 엄청난 수준인 것이다. 

따라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덩달아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일 수밖에 없다. 쿠팡에서 여러 명의 노동자들이 사망했지만 쿠팡이 최악의 노동 환경으로 내몬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쿠팡의 “로켓 배송” 같은 시스템이 노동자들을 열악하게 만든 근본일지도 모른다.

“택배”와 IT의 이면

쿠팡 노동자들의 사망은 단순히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다. 타 택배 회사의 사건/사고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택배” 업무는 최근 IT 기술 발달에 힘입어 엄청나게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어디서든 상품을 쉽게 주문하고 집 앞으로 받을 수 있다. 인터넷 기술이 전자상거래 물동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게 한 것이다. 

상품을 배달하는 역할을 하는 “택배 회사”는 매년 성장을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택배 회사의 노동자들이나 배송 기사들은 점점 더 근로환경이 열악해진다. 얼마 전에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을 방영한 다큐는 보는 내게 충격과 공포를 가져다주었다. 

물 한잔,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꼬박 12시간 이상을 배송 업무를 해야 끝이 난다는 이들의 근로환경은 정말이지 최악이다.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였는데 여전히 해결책이나 노사간의 협의는 잘 안되고 있다고 한다. 

택배 기사뿐만 아니라 물류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대학생때 가장 악명 높은 알바 중 하나가 “택배 분류 알바” 였는데, 1~2달 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들었다. 그만큼 근로 환경이 매우 열악한 편이었다. 

이번에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의 사망 외에도 각 택배 회사 물류센터에서의 노동자들의 사망은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이들이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사망했을까? 아니면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시스템이 문제일까? 

시스템이 문제라면 단순히 노동자들이 열악한 상황에 안놓이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보지만, 여전히 사건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법이 무른 걸까? 아니면 택배 회사의 잘못일까? 

이번 “이천 물류 센터 화재” 사건의 문제를 돌아보면 물론 쿠팡 내부의 안전 불감증과 직원들의 교육 부재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이 문득 떠오른다. “빠른 배송과 엄청난 물량을 처리하는 시스템에 놓일 수밖에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이다. 

IT 기술은 사용자들이 쉽게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할 수 있게 재촉한다. 물건을 주문하고 배송 요청하는데에 걸리는 시간은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런 물건을 주문하는 건수는 하루에 수만~수십만 건일 것이다. 

하지만 제품의 포장, 분류, 배송까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이 따른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엄청난 물량을 처리하기에는 현재 일하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이익을 중요시하는 쿠팡이나 택배 회사들의 인력 투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비용을 줄이려는 쿠팡이나 택배 회사, 그리고 최대한 싸고 빠른 배송을 원하는 고객들이 있는 한은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IT 기술이 여러 사람들의 욕망을 채우는 대신, 소수의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쿠팡을 이용하는 동시에 “이천 물류 센터 화재”를 지켜보는 나로써는 꽤나 씁쓸하고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또한 IT 쪽 일을 하는 내게도 뭔가 숙제가 남겨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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