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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이상 아이를 안낳는 이유는?

우연히 TV 프로그램을 보니 “저출산 한국사회”에 대한 TV 토론회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토론자들이 저출산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최근에 TV를 본지는 꽤 오래 되었다. 그 이유는 아직 나이가 어린 “내 아이” 때문이다. 아이를 결혼하자마자 가진 게 아닌 꽤 시간을 두고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아직은 말을 하지 못하는 갓난아기이다. 물론 말을 못 할 뿐이지 잘 뛰어다니는 중이다. 

우리 부부가 비교적 출산을 늦은 나이에 했기 때문에 20대 후반 ~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들에 비해서 체력적으로 확실히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생각 외로 요즘 청년들은 결혼을 늦게 하고 출산도 늦게 한다. 

와이프가 출산 후에 한 2주동안 있었던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와이프도 30대 후반의 나이에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 의외로 산후조리원에 들어온 임산부들의 나이대가 굉장히 높더라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30대 중반이었으며 40대 초반~중반의 산모들도 있었다고 한다. 20대 초반은 아예 없으며 20대 후반의 산모들의 비율이 극히 적다고 했다. 

2020.09.21 – [정원집 에세이] – 남성의 관점에서 본 아이를 낳은 후에 알게 된 사실들

2019.10.07 – [My 칼럼] – 결혼은 하는거보다 유지가 훨씬 어렵다? 결혼의 현실

2019.09.02 – [My 칼럼] – 출산율 0.98 명의 현실. 애 낳기 무서운 대한민국

내가 알기로도 현재 청년들의 결혼 연령대는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내 주변만 봐도 30대 초반에 결혼을 하는 커플들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30대 중반~30대 후반에 초혼을 하는 비율이 가장 많다. 

내 친동생만 하더라도 40이 넘어가지 전 30대 후반에 결혼을 했다. 물론 아이는 아직 없다. 

결혼을 늦게 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준비되어 있어야 할 요소들이 있는데 그 요소들(집, 직장, 안정적인 수입)이 준비되지 않으면 당장 결혼하기 어렵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게 현실이다. 집값은 폭등을 하다가 잠시 소강상태이고 물가도 급격하게 올랐다. 그런데 내 월급은 월 3백만 원 이상 벌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 구하는거 자체가 어렵고 셋방살이를 하더라도 언제 집을 구입할지 기약이 없다. 직장은 불안정하며 혹여나 아이를 낳게 되면 그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게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그래서 미혼 남녀가 결혼을 일찍 하고 싶어도 결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내 한 몸 건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을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연애조차도 하지 않은 청년들이 즐비한 “일본”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다 보니 결혼 연령이 당연히 높아진다. 직장을 다니면서 어느정도 수입이 높아지고 안정되는 시기는 30대 중반 이후~40대 초반이다. 이 시기에는 직장에서도 자리를 잡거나 월급이 많이 오르는 시기이다.  

그래서 이때에 결혼을 많이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군대에서 2년을 쓰기 때문에 20대 후반부터 직장 생활을 한다고 하면 대략 10년 차인 30대 후반에서야 그나마 먹고살만한 월급을 받으면서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결혼을 늦게 하면 단점이 뭐가 있을까? 

아이를 늦게 가지면 생기는 일

예전에 우리 부모님 세대들(1950~1960년대 출생)은 대다수가 20대 중반~20대 후반에 결혼을 했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다수가 20대 초반~중반의 나이에 결혼을 했다. 

지금은 이 나이게 결혼을 한다는게 흔치는 않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결혼을 했다 – 다음영화

그런데 내가 결혼을 하고 출산을 늦게 해 보니 왜 결혼을 빨리 하고 아이를 빨리 낳으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부부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기는 20대 중반~20대 후반이 제일 좋다. 그 이유는 이때 부모가 체력적으로 가장 좋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성도 그렇지만 여성들도 30대 중반만 넘어가면 체력이 급속하게 떨어진다. 아이를 출생하게 되면 거의 3개월동안은 아이가 2시간마다 잠을 깨기 때문에 아이 부모들은 제대로 된 잠을 자기가 어렵다. 아이가 잠을 깨면 모유든 분유든 줘야 하고 배가 든든해야 다시 잠을 잔다. 

20대에는 남녀모두 체력적으로 잠을 못 자도 덜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를 돌보는 게 그나마 수월하다. 하지만 30대 후반에 첫 아이를 출생한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확실히 체력 저하와 피곤함을 느낀 거 같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들의 경우에는 출산을 한지 얼마 안돼서 회복이 덜 되었기 때문에 몸소 느끼는 게 다르다. 

20대에 첫 출산을 한 여성은 확실히 회복도 빠르다고 한다. 하지만 30대 후반에 첫 출산을 한 내 와이프는 매일같이 다리가 아프고 몸이 아프다고 하소연이다. 그리고 출산을 한 후 확실히 짜증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아이가 말만 못할 뿐이지 집에서 뛰어다니는 수준이기 때문에 아이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모든 행위가 여간 만만한 게 아니다. 특히 아이가 요즘에는 반항심이 많이 세지는 바람에 밥을 잘 안 먹거나 응석을 부리는 일이 많아졌다. 이때 아이를 달래는 것도 확실히 힘에 부친다.  

우리가 20대 후반에 첫 출산을 했으면 그나마 아이를 돌보는게 수월했을까? 그때에 낳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일단 체력적으로 부치지는 않을 것 같다. 평소에 직장 생활을 하고 퇴근을 하고 돌아와 보면 아이에 시달렸던 와이프에 바통터치를 하면서 내가 돌보는데 아이가 가만히 있질 않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급격하게 피곤해진다. 

역시 아이를 출산하는 적절한 나이대가 있나보다. 내가 바라보는 적절한 나이대는 20대 중반~20대 후반에 첫 출산을 하는 것이다. 

둘째를 고민했지만 둘째를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무사히 첫 아이를 어린이집까지 보낼 정도로 키웠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와이프가 “둘째”를 가지자는 얘기를 했다. 

난 그 이야기를 듣고 일언반구에 거절했다. 

아이가 둘이 있으면 좋겠지만 둘째는 결코 가지고 싶지 않았다 – pixabay

일단 와이프가 둘째를 갖자는 이유는 이렇다. 아이가 혼자이다 보니 부모가 놀아주는 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부모가 옆에서 아이들과 함께 논다고 해도 아이들은 부모보다 또래들하고 노는 것을 더 재밌어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일단 나 부터가 아이와 놀아주는 게 쉽지 않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서 모든 만져보고 듣고 느끼고 하지만 어른인 나는 그 행위 자체가 반복적이기 때문에 금방 지치게 된다. 

그래서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과 같이 노는게 훨씬 재밌고 즐거울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반대를 한 이유는 이제 40대의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임신이 되었더라도 10개월 후 + 2년간은 둘째 아이를 위해 잠을 자지 못하거나 와이프의 온갖 짜증을 다 받아줘야 한다. 

거의 3년간은 다시 고생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거기에 첫째도 돌봐줘야 하니 그 부담은 늘어날 것이다. 만약 내가 돈을 잘 버는 사람이면 돌봄 도우미를 구하면 수월하겠지만 그런 능력은 되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론 다시 고생을 하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게 문제다. 

아이들을 많이 낳으라고 하지만 낳고 싶지는 않다.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너무 떨어지자 출산율 증가를 위해서 여러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내놓는 정책들은 실질적으로 아이를 낳을만한 요소가 될만한 게 없다. 

출산을 하면 얼마를 준다. 육아 수당을 준다. 아동 수당을 준다라고 하지만 사실 이 돈들은 아이를 키우는데 분유 + 기저귀 값 밖에 되지 않는다. 

합계 출산율 – 통계청, 연합뉴스

위의 그래프를 보듯이 출산율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심지어 2021년의 0.81 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낮은 출산율이다. 여성 1명이 평생 1명을 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성들이 왜 아이 낳는 것을 기피하는 것일까? 최근에 여성들이 자기 삶을 더 추구하기 때문에 그런것일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본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만 해도 아이의 보육 문제가 해결이 되면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이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나름 명확하다. 안정적인 주거지가 부족하고 아이를 돌봐줄 보육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면 필시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겨야 하는데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시설도 많지는 않다. 

특히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집이 없으면 아이를 낳는게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집값이 워낙 폭등하고 있고 주거비에 대한 부담이 많아진 현실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쉬울까? 주거비도 감당이 안 되는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도 꽤 부담이 될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다면 아이를 키우고 싶어도 키울수가 없을 것이다. 적절한 수입이 있어야 아이들을 먹일 수가 있는 것이고 깨끗하고 안전한 집이 있어야 아이들을 재우고 안전하게 키울 수 있다. 

이렇게 부부들이 아이를 더 못 가지는 이유가 있는데도 정부에서는 현실을 자각한 채 월 10~20만 원 더 주면 아이들을 더 낳을 거라고 착각한다. 아이들을 맡길 보육 시설도 부족한 판국에서 단돈 10~20만 원 더 준다고 해도 아이를 가질 부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낳으면 온갖 고민거리가 부부들에게 다가온다. 학교 교육, 사교육비, 인간관계, 아이들 안전 등이 늘 머릿속에 맴돈다. 아이들이 조금만 커도 사교육을 시키지 않으면 아이들을 돌봐줄 시설이 없다는게 현실이다. 

우리 부부도 그래서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로 했다. 둘째를 낳아서 신경을 둘 다 못써줄 판에는 현재 하나 있는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더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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