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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상황과 대리기사

(이 글은 글쓴이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직장 회식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대리기사를 불렀다

지난 목요일 밤이었다. 회사에서 사내 회식을 하였지만 난 술을 그리 많이 먹지 않았다. 소맥(소주+맥주) 약간에 맥주 약간을 마셨을 뿐이다.

이제 직장에서는 나름 “시니어” 직급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내가 “영 보이(젊은층)” 에 속하는 나이대이다. 간혹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40대 중반의 차장이 막내라는 얘기가 있는데 지금 회사가 딱 그꼴이다.

난 술을 마시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불편한 관계를 가진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걸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 술이 마시고 싶을 때는 친한 지인이나 가족, 괜찮은 직장 동료들 뿐이다. 그 외에는 술을 같이 마시고 불편하고 혹여 마시더라도 “조금만” 마시는 걸 추구한다.

당연히 불편한 관계의 사람들하고 술을 많이 마셨다가 내 속내를 드러내거나 말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술을 자제하는 편이다. 이날 회식도 결코 편한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술을 약간만 먹었었다.

회식 자리가 끝나고 이젠 집에 돌아가는게 문제다. 그런데 현재는 “자가용” 으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리기사” 를 불러야 한다. 물론 술을 적게 마셨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다음날은 휴가를 내고 가족들과 함께 이동을 해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대리기사를 부르게 되었다.

대리기사를 부르게 되면 최소 “3만원” 정도를 지불을 해야 한다. 안막히는 밤 시간에는 직장에서 집까지 내 차로 30분 정도가 걸린다. 잠깐 동안 내 차를 대신 운전해주는 비용 치고는 “단가”가 꽤 높기 때문에 왠만해선 대리기사를 부르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었다.

난 주로 “카카오T대리” 를 주로 이용한다. 다른 대리기사 서비스도 있지만 카드 결제도 되고 목적지를 입력하면 기사가 알아서 배정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전화 통화나 수고스러움을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 11시즈음에, 앱으로 대리기사를 호출한지 5분만에 대리기사가 나타났다. 내 차로 이동한 다음에 내 키를 건네고 이동을 시작하였다.

말이 많던 대리기사

난 처음 본 사람에게 왠만해선 말을 먼저 걸거나 하지 않는다. 특히 “대리기사”와 같이 내 차를 타고 갈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간에 낯설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느낀건 불필요한 말을 주고 받아서 별로 좋을께 없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 스스로도 말을 많이 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누구랑 대화를 할 때도 장황해지거나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친한 사이다 가족간에는 예외지만.

대리기사가 말을 거는 순간 약간 피곤해졌다 – 픽사베이

그런데 대리기사는 내 차의 시동을 걸자마자 말을 하기 시작한다. 겉보기에 대략 50대 중반 정도 보이는 대리기사였는데 이 근방에 뭐가 있는지 설명을 시작하면서 부터 이런 저런 말을 쏟아낸다. 아~ 현재 술을 약간 먹어서 졸리는데 내 귀에 피(?)가 날꺼 같다.

하지만 난 그 기사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무리 처음 봤고 낯선 사람이라고 해도 내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한 일단 난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편이다. 그래서 피곤함을 뒤로하고 그 기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그 분이 이런 얘기를 꺼낸다.

곧 이 나라가 망할꺼 같네요. 걱정이 됩니다.

엥? 왠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굉장히 심오한 얘기길래 한번 쭉 들어보기로 했다.

요즘 경기가 너무 좋지 않네요. 제가 대리기사로 일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요즘같이 어려운 때는 처음 겪는거 같습니다.

그는 올해로 나이가 60이 되었다고 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정말 별의별 성격의 사람들을 다 많나게 되는데 이 대리기사는 낯선 사람이라도 말을 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았다. 그런데 그가 얘기하는 “나라가 망할꺼 같다” 는 이유는 현재 경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대리기사 수입으로 생계 유지가 벅차다는 거 같다.

이 때부터 난 그 기사의 말을 계속 들어주기로 했다. 내가 구청장, 시장같은 지자체 장이나 정치인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를 듣는걸 또 나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래서 그에게 물었다. 한달에 몇일 정도 일을 하는지. 그런데 그는 한달에 하루도 안쉬고 일을 한다고 했다. 이야.. 열정이 대단한 분이다. 하루도 안쉬고 매일같이 “대리기사” 일을 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그 대리기사 얘기의 요지는 “지금 경제 상황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대리기사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나가기가 어렵다” 라는 것이다. 그는 20여년간 대리기사를 했기 때문에 그동안의 경기를 몸소 체감한다고 했다.

또한 기사 얘기로는 밤 9시만 넘어도 식당가나 술집들이 의외로 빨리 닫거나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대리기사의 수입은 일단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아야 그만큼 호출을 많이 하게 되고 대리기사를 부른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사람들이 밖에서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니 그만큼 대리기사 콜을 잡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또한 “대리기사”를 하는 경쟁자들이 많아진 탓에 더 치열해진 거 같다고 했다. 시장은 수요 대비 공급이 많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떨어지거나 경쟁이 치열해지게 된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현 경기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음을 깨달았다. 물론 현 회사에서 올해 예상 매출이 작년에 비해 좀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걸 대략 알았는데 지금 대리기사와 같이 경기 체감을 바로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모든건 다 이유가 있다

“나라가 망할꺼 같다” 라는 그의 극단적인 말이 결국 이해가 되었다. 그는 “대리기사” 로 20여년간 한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될 자산의 가족 얘기를 꺼내기도 했는데 2002년 월드컵때 막내(아들)가 태어났었고 그 애가 태어날 때 정신이 없었다는 얘기를 덪붙혔다.

그는 3남매의 가장이었다. 첫째가 올해 32살이란다. 딸 둘에 막내 아들 한명인거 같은데 그는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란다.

그런데 그의 자녀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 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있는거 같았다. 첫째가 직장에 다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의 표현은 “요즘 애들이 전투력이 없다~” 라는 말을 했다.

아마 그의 자녀들은 취업에 어려움을 겪거나 원하는 직장을 다니지 못해 상심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난 단번에 그의 “전투력이 없다~” 라는 말을 이해했다.

전투력이 없다~라는 뜻은 특히 MZ 세대라 일컽는 “청년” 들이 취업과 거주지 마련에 애를 먹고 있으니 “포기 혹은 둥지 생활(부모 밑에 얹혀 사는 것)” 을 하고 있는 걸 뜻한다. 내 주변에도 그런 친구가 있는데 이게 단순히 그들의 문제인가? 를 봤을때는 마냥 그렇게도 볼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부모 세대보다 청년들이 가난해지고 취업을 하지 못하며 결혼 및 출산을 하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생계를 위해 “대리기사”로 20년째 해오고 있는 그가 보기에는 자신의 젊은 자식들이 “전투력” 이 없어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말한 “나라가 망할꺼 같다.” 라는 말이 어느정도 수긍이 된다. 그 자신도 60살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지만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그의 자식들도 미래가 보이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고객님과 저는 그래도 어느정도 이 세상을 헤쳐나가겠지만 우리 자식들의 미래를 과연 어떨까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가 우리 집 근처에 다다러서 한 말이다. 그렇다. 나 또한 20대 대학생때 주변에서 나약하다고 했지만 결국 내 몸소 부딪혀서 홀로 고군분투 하면서 여기까지 오긴 했다. 잘살지는 못하지만 직장생활 17년차가 되면서 그나마 경험과 경력이란걸 쌓아서 직장에서는 밥벌이 정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현재 청년들과 내 딸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이 사회를 헤쳐나갈지 걱정이 되긴 했다. 이제 앞으로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 될것이고 내 아이는 “어디에 살고 있는지” 에 따라 평가를 받는 세대가 될 수도 있다.

회식을 한 그날 아침에 올린 “부업” 에 관한 글이다. 나 또한 미래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미래 대비와 “보험”용으로 부업을 생각하고 있었었다. 그 부업 중에 하나가 “대리기사” 였다.

여러 부업이 있지만 “카카오 T 대리 기사” 를 하는 것도 나름 부업으로 쏠쏠하다고 했다. 나의 친한 친구가 실제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생활에 보태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나 또한 “대리나 해볼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60세의 대리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는 꽤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난 부업으로 “대리기사”를 생각했고 그냥 돈이 필요할 때 알바 식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그 대리기사는 “생계” 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리나~해볼까” 라는 생각은 삼가하기로 했다. 만약 내가 “대리기사”를 부업으로 하더라도 그 일을 하는 순간을 소중히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누구에게나 어느 일은 “꽤나 소중한 일” 이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난 다음에 그에게 팁으로 “2천원” 을 지급했다. 더 주고 싶었지만 내 지갑에는 꼬깃한 2천원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내게 “복” 받으라고 하면서 부리나케 자리를 떴다. 물론 그의 말이나 멘트가 “영업용” 일지 몰라도 난 한 가장의 삶에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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