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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외국인과 중고거래를 했다

그는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흑인 남성이었다 – pixabay

2021년이 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전날에 눈이 꽤 많이 내렸던 탓인지 세상은 온통 하얀 빛깔로 뒤덮였고 날씨도 꽤나 추웠었다. 코로나로 인해 그날은 재택근무를 하던 도중이었는데 와이프의 부탁으로 “당근 마켓”으로 거래할 물건을 가지고 나가서 전달해 달라고 했다. 

집 앞으로 나가는게 어려운 부탁도 아니라서 이내 승낙하고 물건을 가지고 나가려고 대기하던 찰나에 와이프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당근 마켓 채팅으로 대화를 하는데, 이 사람 한국어를 잘 못하나 봐. 영어를 섞어 쓰는데?” 

응?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정말인지 당근 마켓의 채팅창을 봤더니 그 상대는 정말로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자신의 신분을 외국인이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외국인이라… 외국인도 당근 마켓으로 국내에서 중고 거래를 한단 말인가? 나름 신기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고 난 중고 거래 물품을 들고 집 앞 주차장을 향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 외국인이었다

거래하려는 물품을 들고 집 앞 주차장을 두리번 거리며 누가 당근 마켓 중고 거래 당사자인지 찾고 있는 나. 대략 2~3분 동안 찾은 듯했다. 그런데 주차장 저쪽 한편에서 어떤 낯선 이 가 손짓을 한다. 아.. 그는 정말 외국인이었다.

구형 스포티지를 타고 온 남성은 나를 향해 손짓을 했다.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을 보고 바로 알아차린 듯 했다. 전날 눈이 많이 온 덕분에 도로에 아직은 눈이 안 녹았을 텐데 중고 거래를 위해 직접 우리 집까지 찾아왔을 터… 

물건을 들고 가까이 가보니 등치가 꽤 좋은 “흑인” 남성이다. 당근 마켓 채팅 창으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외국인이 눈 앞에 있으니 꽤 흥미로웠다. 또한 그는 정말로 한국어를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물론 나도 영어를 잘 못한다.ㅋ 그러나 잠시 대화를 위해서는 영어 한마디 건넬 수는 있다. 정말 외국인이냐고 묻자 맞다고 한다. 

내가 전해줄 물건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아기들을 위한 “바운서”이다. 아마도 그의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바운서를 구입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가 꽤나 기특했다. 살림 형편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중고로 바운서를 사러 눈길에 직접 차를 몰고 오다니…

내가 가지고 있던 바운서를 전달해주니 그가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한다. 오호 계좌번호라. 외국인이랑 국내에서 계좌번호로 돈을 주고받는 경험도 처음이다. 그는 현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계좌번호로 넣어주겠다고 했다. 단돈 만원이었지만 뭐 그렇게 받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깐.

그가 한국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 계좌 번호도 영어로 얘기해 줘야 했다. 뭐 계좌번호는 원, 투, 쓰리 정도는 영어로 할 수 있다. 잠시 뒤에 내 통장에 영문 이름으로 된 보낸 이 가 찍히고 만원이 내 계좌로 들어왔다.

그리고 나선 그에게 한마디 건넸다. “Have a nice day!”. 그러자 그는 나에게도 “me, too.” 를 건냈다.

외국인은 이제 우리 주변에 꽤 많이 있다

흑인 남성인 그에게 중고 물품을 건네주고 집으로 돌아와서 와이프에게 그 사실을 얘기했다. 와이프 입장에서도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라고 했다. 나와 와이프는 우리나라에 살면서 외국인과 일상생활에서 접촉을 한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어 회화를 할 목적으로 국내에 있는 영어회화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다. 그때는 영어를 하는 외국인과 접촉하거나 대화를 했던 경험은 있다. 하지만 저번과 같이 외국인과 직접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는 한국에서 왜 살고 있는 것일까? 국적은 어딘지 알 수는 없었다. 중고 물품을 전달할 당시에 국적이나 어디 사는지 여부는 물어보는 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도 한국에 사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자리 때문에 한국에 있을 수도 있고, 주한 미군일 수도 있다. 혹은 한국인 여성과 결혼했기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게 추측은 해보지만 그가 왜 굳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일자리 때문에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꽤나 많고 관광 목적으로도 많이 입국한다.

2020년 초에 기사를 보니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숫자가 25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생각보다 엄청난 숫자이다. 2020년 초이니 현재는 체류 중인 외국인의 숫자가 더 많이 늘어났을 것이라 추측된다. 우리나라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수는 해마다 증가한다고 한다. 

250만 명은 여느 작은 한 국가의 인구에 육박한다. 중동의 부국 카타르의 인구가 약 280만 명, 우리랑 가까운 몽골의 인구는 32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 국가의 인구와 맞먹는 것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비율은 우리나라의 전체 인구 중에서 약 5%를 차지한다고 한다. 어느 국가의 외국인의 비율이 5%가 넘으면 그 나라는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이제 본격적으로 “다문화 사회”에 진입한 국가가 되는 것이다. 

생각보다 외국인들은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가끔가다 안산 지역을 지나다니면 중국인이나 동남아 출신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어느 동네의 경우에는 아예 상점의 간판이 한자로 적혀 있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고 했지만 이제는 그 말은 먼 옛날이 된 듯하다.

다문화 사회. 정말 괜찮을까?

이제 외국인들은 내 주변에서 흔히 보는 이웃이다. TV나 뉴스에서만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마주칠 수 있는 대상들인 셈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현재 유럽의 상황 때문인 듯하다.

최근 유럽은 이민자들과 난민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등 자국의 내전과 테러로 인해 자국을 탈출한 난민들이 경제적으로 잘살고 인권 보장이 잘 되는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고통받고 목숨에 위협을 받은 난민들이 유럽으로 이동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걔 중에는 난민으로 위장해서 이슬람 과격 테러를 저지르거나 폭력 사태를 일으키는 등의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래서 이는 유럽 각국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워낙 난민들로 인해 유럽에서 이슈가 많다 보니 국내에서도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고 있는 중이다. 특히 최근까지도 테러나 전쟁을 자주 일으킨 이슬람 문화권의 외국인들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심해지고 있는 중이다. 

다소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경제적으로 잘 살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의 외국인 입국자들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입국자 수가 제한되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의 한국 체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 규모가 크고 일자리가 있으면 자연스레 그 나라로 가서 일자리를 얻거나 경제 활동을 하기를 원한다. 이는 과거에 한국인들이 잘 사는 유럽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잘 사는 한국으로 가길 원하는 외국인들은 그만큼 꽤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생각보다 꽤나 폐쇄적인 난민 정책이나 이민 정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체류가 까다롭다.

그럼에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아직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는 없지만 종종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거나 불법 행위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사례를 두고 외국인들에 대한 안 좋은 눈초리를 보내기도 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한민국도 다문화 사회로 가는 게 괜찮을까? 전인구의 5%를 차지하는 외국인들은 이제 별도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숫자가 꽤 많다. 압도적으로 중국인들의 숫자가 많긴 하지만 그 외의 국가 출신의 외국인들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수준으로 타국 출신 이민자들이 문제를 일으키거나 엄청난 숫자로 입국을 하지는 않지만 많은 수의 외국인들을 볼 때 우려하는 눈길은 분명히 가지고 있다. 특히 가장 우려하는 문화권은 다름 아닌 “이슬람” 쪽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테러 사건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ISIS와 연루된 경우에 많았다. 특히 유럽에서 벌어전 끔찍한 테러사건들의 배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밝혀져는 바람에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슬람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은 한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사건이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테러라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제심은 가지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테러나 폭력 같은 행위를 일으키냐는 점이다.

위 기사를 보면 국내의 외국인 범죄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체류 인구가 늘다 보니 자연스레 늘어난 것이고 내국인에 비해 범죄율은 높지 않다고 한다. 대신에 외국인 범죄에 대한 내용은 언론에서 더 자주 다루다 보니 사람들이 인식에는 외국인들의 범죄율이 점점 늘어난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즉, 언론에서 더 자주 다뤄지다 보니 우리들의 인식에는 본의 아니게 “편견”이 발생하게 된다든 것.

난 개인적으로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 것을 되도록 피하려고 한다. 외국인들과 같이 생활해본 적은 없지만 해외여행을 몇 번 다니다 보니 우리와 피부색만 다른 똑같은 사람이었다. 

다만 피부색만 다르고 언어만 달랐던 것이다. 해외로 나가보기 전에 외국인에 대해 뭔가 두려움을 가졌지만 막상 대하다 보니 별다를 게 없었다. 똑같이 먹고 자고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베트남을 간 적이 있었는데, 막상 가고 나서 느낀 점은 그들은 생각보다 꽤나 순수하고 친절했다. 월남전 때의 “베트콩”의 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지만 막상 대하다 보니 그렇게 사람들이 좋을 수 없었다. 

2018/06/14 – [여행기] – 다낭 여행 EP.5 [셋째날, 후에 투어]

심지어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한 여성이랑 여행 중에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위의 링크는 그때 당시의 글인데, 그 여성은 한국어를 나름 꽤 했으며 매우 열심히 사는 모습이 여느 한국인들과 다를 게 없었다. 한국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그녀는 여느 한국 여성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투어 여행을 하면서 길거리에 파는 과일을 사서 나눠주는 그녀의 모습에 정을 느꼈던 거 같다. 철저한 자본주의에 찌들어 사는 한국에서와 다른 정이 느껴지니 꽤나 오랜만에 느낀 오묘한 감정이다. 

한국에서 자국의 가족들을 위해 성실하게 일하며 사는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또한 유럽이나 미국 등의 선진국 출신과 다소 못 사는 나라들 출신들과의 차별도 둘 필요는 없다. 그들은 다 똑같으며 특히 한국에서 3D 일을 도맡아 하는 동남아 출신 노동자들은 우리가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얼마 전에 한국의 한 농장에서 한 여성이 한겨울 추위로 인해 열악한 숙소에서 동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더운 나라인 캄보디아 출신의 이 여성은 영하 18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에 견디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이 되는데, 그녀가 지내던 숙소를 보고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 추운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지냈으며 제대로 된 난방기구도 없이 지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누가 그런 식으로 취급받으며 농장에서 일을 하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했던 것이다. 불과 30살이 이제 갓 넘은 나이에 말이다. 

과거 유럽 국가들의 제국주의 시절에 식민지 국가 사람들을 착취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들도 일제시대 때 강제 노역으로 인해 안타까운 목숨을 잃던 시대가 불과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무분별하고 제한이 없는 난민 정책이나 다문화 정책은 분명히 반대하는 편이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들에 대한 편견은 더 이상 가질 필요는 없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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