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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사에서 되도록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라는 조직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가족 보다도 직장 동료들과 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가족을 보는 것보다 직장 동료를 상대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불편하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단순히 그냥 상대하기가 불편할 수도 있고 내게 일을 시키는 “상사”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도 있다. 직장의 구조상 상사를 편하게 대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이다. 

또한 “똘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 조차가 싫다. 

2020.04.05 – [리뷰/직장] – 직장에서의 똘아이 보전 법칙은 통하더라

똘아이들과는 같은 장소에서 대화를 하는거 자체가 곤욕이다. 최대한 말을 줄이고 말을 건네지 않는 게 최선이다. 

편하게 직장동료들이랑 얘기를 하고 싶어도 말을 잘못 했다간 순식간에 소문은 금방 퍼진다. 누구는 이런 마인드다, 누구는 이런 말을 하고 다닌다더라… 등등등 왠지 모르게 직장 동료들과는 불편하다. 

직장 생활을 하는 다른 직장인들은 어떤지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 난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 선을 그어 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을 하고 있다. 특히 “말”은 직장동료에게는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직장 동료들이 불편해서? 내가 직장에서 말을 되도록 안하려는 이유는 뭘까?

소싯적 순진했던 나의 생각

십여년전에 야심 차게 시작했던 직장생활. 신입 사원인 나는 나름 패기 있게 직장생활을 하려고 했다. 이때는 갓 대학 졸업한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시기다. 

처음 직장 생활 할때는 패기 있게 시작했던 것 같다 – pixabay

경력이 일천한 신입 사원은 뭐든지 낯설고 새롭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낮은 자세로 직장 동료들을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닌 이상에야 같은 부서에서 동료 신입 사원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나 외에는 전부 경력과 나이가 많은 직장 상료 or 동료들 뿐이다. 

낮은 자세와 적극적인 행동을 하려다 보니 일단 내가 먼저 상대방들에게 말을 걸고 친해지려고 노력한 듯 하다. 말주변이 없지만 어떻게든 친해지고 연결 고리를 찾으려고 이런저런 얘기를 직장 동료들에게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때론 사생활 얘기도 하게 되고 연애 얘기도 늘어놓는다. 

하지만 이 얼마나 잔인한 현실이던가. 내 주변의 직장 동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에 대한 정보를 여기저기 퍼트린다. 마치 먹잇감을 기다린 “하이에나” 처럼…. 

신입사원의 어리숙한 모습과 신입사원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관심은 윗사람들에게도 매우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회사라는 조직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일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라는 것을 하기 때문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든지 어느 정도의 정치는 있기 마련이다. 

“신입사원 쟤는 이렇다 더라… 쟤는 연애를 이렇게 했다더라…” 등의 카더라 정보가 사내의 전단처럼 돌고 돈다. 내가 눈치가 없는 편이지만 점심시간이나 회식 시간에 누구한테만 얘기했던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튀어나왔을 때 그 당황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당황스러웠다 – pixabay

아… 내 얘기를 회사 사람에게 했더니 이런 식으로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아차” 싶었다. 난 순전히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친근하게 말을 건넨 거뿐인데 이런 식으로 와전이 되는 거 같아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그때까지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다. 그 이유는 내가 말한 상대들만 이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의 개인적인 얘기를 전달했던 윗사람이 “똘아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건 나만의 여전한 “착각”이었다.

이직 후 다시 겪었던 일화들

어느 정도 직장 생활을 하다보니 회사라는 조직과 인간 관계에 대해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4~5년차 정도 되면 직장에서는 대부분 “대리” 정도의 직급을 달게 된다. 이때는 회사 업무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는 시기이고 한창 업무로도 물이 오를 시기다. 

첫 회사에서 이런저런 이유를 퇴사를 한 이후에 “이직”을 했다. 난생처음 겪는 이직이었고 경험이 없다 보니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다. 그래서 새로운 직장에서의 동료들과 어느 정도는 친해져야겠다는 판단하에 일단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본다. 

사실 조심스러웠다. 신입 시절에 겪었던 경험들로 인해 내가 먼저 말을 건넬 때 개인적인 얘기는 안 하기로 했다. 지난번처럼 성격이나 연애 얘기를 하게 되면 또 사내에 퍼질게 염려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약간 친절해 보이는 직장 동료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면서 “주식” 얘기로 연결 고리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아…. 근데 또 내 판단은 잘못된 듯하다. 하필이면 그 주식 얘기를 한 직장 동료가 그 회사에서 최악의 동료였던 것이다. 

또다시 단추를 잘못 꿰고 말았다 – pixabay

그 동료는 일명 “똘아이”였다. 그는 사내에서 내가 세미나를 할 때나 업무적으로 같이 엮일 때 뭐 하나 틈이라도 보이면 집요하게 파고들어서 상대방 약점을 잡고 공격하는 스타일의 인간이었던 것이었다. 

2021.03.23 – [리뷰/직장] – 직장에서 “똘아이”들을 피하는 신박한 방법

내가 정말 싫어하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그 회사를 입사하고 나서 처음 만났을 때 그가 “주식”에 관심이 많다고 해서 그걸 연결고리로 해서 대화를 튼 건데 나중에는 내가 주식을 한다는 걸 알고 업무에 관심이 없고 주식에 관심이 있다고 소문을 내고 다닌 모양이다. 

아 정말 운도 없다. 하필이면 이런 사람이랑 처음에 잘 지내보겠다고 말을 건넨 게 잘못되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가 그런 행위를 했다는 걸 아는 순간 그를 대하는 태도 또한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그와 업무적인 문제로 한판 뜨기도 했다. 이후에는 그와 되도록이면 대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화를 하는 순간 내 성질이 폭발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 외에도 내가 말을 걸어서 좋은 경험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업무 외에 사적인 얘기를 하거나 감정적인 얘기를 하게 되면 그 점을 파고드는 “하이에나” 같은 족속들이 어딜 가든 항상 포진해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내 주변에는 어딜가나 “하이에나” 같은 부류들이 존재한다 – pixabay

이런 경험이 늘어날수록 직장 내에서 나의 “말”은 매우 신중해진다. 그리고 최소 3개월 동안 상대방을 지켜본 다음에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 “수준”의 말을 건넬지 판단한다. 만약 그게 확신이 서지 않으면 1년 동안 관찰을 한 뒤에 확실히 판단하고 말을 붙이기 싫은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면 절대 업무적인 얘기 외에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략 나만의 판단 방식이지만 대체적으로 직장 생활을 어느 정도 해보니 이 판단 기준이 나름 합리적이다. 직장 내에서는 은근 “사내 정치”가 판을 치는데 이때 상대방의 공격에 방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응” 보다는 “무 대응”이나 “침묵”이 더 나은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는 이직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게 되었다. 물론 여기서도 나의 전략은 그대로 적용되었다. 일단 3개월 동안 지켜보기로 하고 내가 먼저 나서서 말을 걸거나 사적인 얘기를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1달쯤 지켜보니 벌써 티가 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입사하자마자 나를 살뜰히 챙기는 모 직원은 나와 같은 “차장”급의 직원이다. 업무에 필요한 PC며, 각종 용품, 그룹웨어 및 환경 설정에 대해 친절하게 도와준다. 그의 전략이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서 일단 나도 친근하게만 대하고 불필요한 말은 건네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그는 내가 입사한 지 한 달이 되기 전에 자주 차를 마시자고 하거나 회사가 어떤지에 대해 내게 물어봤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라는 식으로 내게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회사가 이렇다 저렇다에 대한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혼동만 주는 “쓸 때 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출퇴근이 너무 멀다느니 와이프랑 맨날 싸우냐느니 식의 신변잡기식 얘기만 늘어놓는다. 그러던 그가 어느 순간 업무에 대해서 내게 물어보기 시작한다. 이런 거 확인해 봤냐 이건 어떻게 생갹하냐 등등으로 말이다. 

나도 살짝 눈치를 챘다. 그는 전형적인 “똘아이”의 기질을 가졌다.(물론 내 판단 기준이다) 마치 물어뜯을 먹잇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나의 틈을 파고들려는 듯 보인다. 이미 그런 경험이 풍부한 나로선 “철벽 방어”를 친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처음에는 엄청 잘해준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방심하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ㅎㅎ 내가 그거에 더 이상 당할리는 없다. 거기에 휘말리지 않고 철저히 침묵과 무대응으로 일관한다. 

이제 한 달 정도 되니 드디어 그의 본색이 드러난다. 어느 순간 그가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다. 황당했다. 그는 나의 상사도 아니고 같은 직급의 직원이며 내가 그에게 지시를 받는 입장이 아니다. 당연히 난 그의 지시를 무시했다. 

그러니 그가 갑자기 사내 메신저의 단체 채팅방에 내가 그 일을 해야 되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런데 웃긴 건 그 메시지를 본 맨 윗사람이 내게 그 일을 하라고 지시를 하는 것이다. 좀 어이가 없었지만 알겠다고 하고 넘어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맨 윗사람의 “핵심 멤버” 인듯하다. 즉 조폭의 예로 들면 보스의 행동대장 격인 셈이다. 역시나… 내 예측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는 사내에서도 조심해야 될 사람이었던 것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주인공 최민식은 조폭 보스 하정우의 행동대장 노릇을 한다. 최민식은 하정우를 뒤에서 조종하여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그는 사내 정치에도 능하고 윗사람에게 잘 보여서 한 자리 차지하려는 부류의 사람인 듯 하다. 이런 사람에게 나의 생각이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다면? 음…. 아마 내 자리는 보전 못할 수 있다. 

이렇듯 직장에서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거 같다. 내가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말”을 잘못하면 내게 피해가 올 수 있다.

나의 “침묵”의 법칙

위에서 나의 경험들을 적어보았는데 그렇다면 난 회사에서 어떤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내 나름대로는 “침묵”에 대한 법칙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살짝 언급해 보기로 한다. 

  •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면 최소 3개월 동안은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사적인 얘기는 절대 금물이다.
  • 새로운 환경에서 3개월 동안 주변 인물들의 성향을 파악한다. 즉 말을 편하게 해도 될 사람과 하지 말아야 될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다.
  • 만약 3개월이 지났어도 파악이 잘 안 된다면 최소 1년은 지켜본다.
  • 친해지려고 일부러 쓸데없는 말을 건네지 않는다. 그냥 침묵하는 게 오히려 낫다. 출근 & 퇴근 때 인사 정도만 한다.
  • 말을 하지 않아야 될 사람이라고 판단이 되면 절대 그 사람에게는 업무적인 얘기 외에 다른 얘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 말을 하지 말아야 될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에게 매너 없게 대하진 않는다. 즉 오피셜 하게 대하기만 하면 된다.
  • 직장 동료에게는 고민 상담을 절대 하지 않는다. 그 고민거리가 어느 순간 사내에 소문으로 퍼질 수 있다.
  • 사람을 빨리 파악하는 방법은 “술자리” 나 “회식”에 참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요주의 인물을 파악해보자.
  • 1년이 지나고 나서 믿을 만한 사람 아니면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윗사람의 충복이거나 라인인 경우가 있다.
  • 대하기가 어색하다고 해서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특히 윗 상사를 대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내 정치 성향이나 생각을 드러내는 말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 재테크나 부업, 투잡 등을 한다는 말은 아예 삼간다.
  • 퇴근할 때 집에 같이 가지 않는다. 특히 믿을 만한 사람 아니면 불필요한 말을 퇴근길에 섞게 되므로 금물이다.
  • 직장 동료에게 업무적인 얘기 외에 감정적이나 비 논리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이런 얘기들을 하게 되면 바보 취급을 당할 수 있다. 
  • 휴가를 쓰는 사유에 대해서 솔직히 얘기하지 않는다.
  • 믿을 만한 사람은 최소 2~3년은 지켜봐야 한다.

기타 더 있을 수 있으나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아서 여기까지 정리하도록 한다.

침묵은 금이다?

예전에 TV 뉴스를 보면 주요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무원들이 비리나 범죄를 저지르고 “침묵”이나 “노답”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자주 본 적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현재에도 유효하다. 

이런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을 보고 있노라면 포토라인에서 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모른다”라고만 얘기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분노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더 이상의 발언은 공식 석상에서 일절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뻔뻔하기 그지없다고 욕을 하지만 이들의 전략은 일관적이다. 

TV에서 범죄 혐의점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 총수나 고위 공무원들도 포토라인 앞에만 서면 아픈 척을 하거나 모른다고 하거나 침묵을 유지한다. 

그런데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침묵”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말을 해서 그 말의 약점을 잡히는 것보다 오히려 침묵은 효과적인 전략이다. 범죄 혐의가 있는 정치인들이나 기업 총수들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은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방어막을 잘 쳐놓기 위해서는 “말”을 아끼는 게 현명하다. 물론 이는 나의 매우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현재도 그럴 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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